" ‘제3 세계 문학의 기수'로 불리며 200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인도계 영국 소설가 비디아 네이폴(75)이 세상을 떠난 첫 번째 아내를 41년 동안 괴롭혔다고 폭로하는 그의 전기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인도 제도의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태어난 네이폴은 22일부터 일간 <데일리 그래프> 에 연재된 전기를 통해 1950년 옥스퍼드대 유학을 계기로 영국에 정착하고 55년 패트리샤와 결혼한 이래 그에게 수시로 굴욕감을 주는 것은 물론 결혼반지조차 선물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데일리>
네이폴은 패트리샤와 혼인 기간 정례적으로 성매매 여성을 찾고 숨겨둔 정부와 24년간에 걸쳐 밀회를 즐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72년 만나 불륜에 빠진 유부녀 마가렛 구딩과 빈번히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패트리샤에게 그를 그리워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한다.
네이폴은 그처럼 패트리샤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면서도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선 그가 필요하다는 '궤변'으로 수십년간 붙잡아 두었다고 스스로 폭로했다.
전기에서 네이폴은 "때문에 나는 패트리샤와 함께 사는 동안 내내 해방감을 만끽했으나 그는 철저히 피폐해졌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책했다.
네이폴와 관련된 모든 자료에 접근한 패트릭 프렌치가 쓴 전기는 네이폴 부부가 결혼한지 3년 지난 후 런던에 살게 됐을 때부터 그가 성매매 여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의 이민생활이 본격화된 58년 여름 무렵 이래 네이폴은 성매매 여성들과의 섹스에 탐닉했다. 그는 지역신문에 실린 전화번호로 성매매 여성과 연락한 뒤 오후에 그들을 만났다.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패트리샤는 학교 교사로서 근무하고 있었다."
네이폴은 자신의 잔혹한 성격이 암에 걸려 고통을 겪는 패트리샤를 더욱 힘들게 했으며 결국은 그를 죽게 만들었다는 회한을 토로했다.
"패트리샤는 아팠다. 그래서 내가 그를 죽였다고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느꼈었다."
네이폴은 패트리샤가 죽기 직전에 나름대로 위로를 하기 위해 병원으로 문병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괴로워 했다고 술회했다.
프렌치는 네이폴의 허가를 얻어 패트리샤의 일기에 적힌 내용도 전기에 담았다. 패트리샤는 일기에서 "비디아가 내게 67년 이후 함께 잠자리를 갖는데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작가의 아내처럼 행동하지 않고 사무원의 아내같이 행동한다고 퍼붓곤 했다”고 남편을 원망했다.
이런 남편의 폭언과 비행은 유방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기미를 보이던 패트리샤를 절망감에 빠트려 증세가 갑자기 악화, 96년 결국 사망하게 만들었다.
네이폴은 아내가 죽자 구딩과도 결별하고 이혼녀인 기자 나디라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는 자신이 차버린 구딩에 대해서도 "중년의 나이, 거의 할머니가 됐을 때까지 내 곁에 있었지만 내게서 너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하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네이폴은 세상을 떠난 첫 아내에 대한 깊은 회한에서 프렌치에게 자신의 잘잘못을 숨김 없이 낱낱이 전기에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중미 카리브해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네이폴은 <도착의 수수께끼> <중간의 길> 등의 작품을 통해 서구의 제국주의 문명과 제3세계의 모순과 허위를 동시에 비평했다는 평가 속에 200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중간의> 도착의>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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