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이프 엮음ㆍ김석희 옮김 / 이레 발행ㆍ각권 144쪽ㆍ각권 2만2,000원지구촌 神·영웅들의 흔적찾아 '대장정'
최초의 인간은 어떻게 출현했을까. 이집트에는 크눔 신이 물레로 진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신화가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남무 여신이 닌마 여신의 도움을 받아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다. 잉카족은 창조신 틱시 비라코차가 진흙으로 안데스 산지의 여러 부족을 만든 다음 각기 다른 색깔로 그들의 옷을 칠했다는 신화를 갖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이처럼 도공이 도자기를 만들 듯 창조신이 인류를 만든 것으로 상상했다.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인간은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고대인들도 이런 궁극적인 의문을 가졌고, 역사와 과학이 출현하기 이전 신화는 그에 대한 해답이었다.
타임라이프 '신화와 인류' 시리즈(전 10권)는 메소포타미아 켈트 잉카 인도 아프리카 바이킹ㆍ게르만 마야ㆍ아스텍 오세아니아 등 세계 곳곳의 신화를 소개, 그리스 로마 신화에 편중된 신화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 이번에 나온 첫 3권은 세계의 신화에 대한 소개, 메소포타미아 신화, 켈트 신화를 각각 다루고 있다.
폴리네시아 신화에 따르면 한 때 세상에는 어둠에 쌓여 있는 끝없는 바다만 존재했다. 그 바다에 살고 있는 창조신 이오가 말을 함으로써 빛을 만들었고 잠시 후 어둠을 다시 불러서 돌아오게 했다. 이것이 최초의 낮과 밤이었다. 대부분의 창조신화는 태초의 혼돈을 질서가 대신했고 이런 일은 저절로 일어나거나 창조신이 원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또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우주가 형성된 뒤 먼저 신들이 출현하는데 이 신들은 대부분 태양, 달, 비, 바람, 어둠 등 자연력의 화신이었다. 신들의 이야기가 몇 세대 이어지고 이어 인간들이 출현한다. 분노한 신이 대홍수를 일으켜 몇몇 생존자를 제외한 온 인류를 휩쓸어버렸다는 신화는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인도 남미 그린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신화들은 왜 이렇게 유사한가. 19세기에는 고대에 인도유럽어족이 유라시아대륙에 퍼진 것에서 유추해 동일한 문화가 전파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서로 소통하지 않았던 지역들의 신화들이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 칼 구스타프 융은 이를 인간 모두에게 선천적으로 내재하는 집단무의식의 원형으로 해석했다.
오랫동안 인간의 정신을 지배했던 신화는 종교들에 의해 그 힘이 약화됐고, 과학혁명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됨으로써 결정타를 입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와 삼손의 이미지를 합성한 <슈퍼맨> 이나, 마법사와 환상적 동물이 가득찬 <해리포터> 에 열광하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아직도 신화적 상상력에 대한 열망을 갖고있다. 해리포터> 슈퍼맨>
이 책은 인간의 상상력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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