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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끝없는 탐구

입력
2008.03.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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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 지음ㆍ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발행ㆍ432쪽ㆍ2만원

지난 시대, 군사정권은 영국 철학자 칼 라이문트 포퍼(1902~1994)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을 청소년들의 필독서 목록에 포함시키는 해프닝을 빚은 적이 있다. 단지 마르크스를 비판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포퍼는 다름아닌 우리 시대가 더욱 주목해야 할 존재다. 토론 부재, 사이버 테러 등 현재 한국에 만연한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교정할 방책이 바로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써서 1975년에 출간, 국내 첫 소개되는 이 책은 '내 삶의 지적 연대기'라는 부제 아래 그의 방대한 사상을 회고하며 정리한다.

마르크스주의와 사이비 과학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확고히 한 1919년(결정적이었던 한 해), 양자이론 연구 시기, 엔트로피 이론, 음악 연구 등 그의 삶과 학문적 궤적에서 결정적이었던 순간들을 되돌아 본다.

포퍼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참된 과학을 검증해 낼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의 원리에서 비롯한다. 그는 "반증 실험을 많이 견뎌낼수록 믿을 수 있는 이론이 된다"는 이론과 함께 점성술, 형이상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역사 이론 등을 반증이 불가능한 비과학(즉 사이비 과학)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 날 정권이 포퍼를 반 마르크스주의자인 양 '오독'했던 나름의 근거이기도 하다. 포퍼는 참된 과학의 발전이란 어떤 명제에 대한 반대의 이론, 즉 반증이라는 비판적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과학 철학을 펼쳐 보였던 것이다.

현실 속의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다음과 같은 포퍼의 말은 역설적 예언일까? "사회주의와 개인적 자유를 결합시켜 놓은 것이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주의자로 남고 싶다." 책은 앞 부분에서 제 1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어린 시절의 추억담을 게재, 그의 체온을 느끼게 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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