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정부 부처들은 조직개편 후속작업에, 부처 업무보고에, 또 현장 시찰에 분주했다. 참여정부와는 정책의 방향성에서부터 업무 스타일과 근무 강도까지 180도 바뀌었다. MB 정부 출범 한 달 정부 부처의 변화상을 살펴봤다.
MB 호통에 벌벌
지난 10일 기획재정부의 부처 첫 대통령 업무 보고. 이 대통령은 “지방의 한 톨게이트는 하루에 오가는 차량이 220대인데 사무실에 직원까지 근무하는 곳이 있더라”며 예산 낭비 사례를 ‘콕’ 집어서 호통을 쳤다. 도로공사가 발칵 뒤집혔다. 전국 톨게이트 통행량 조사까지 했지만, 도대체 대통령이 지적한 톨게이트가 어딘지 찾지 못했다.
이어 17일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생활필수품 50개의 물가를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관련 부처들은 부랴부랴 나섰다. “도대체 어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투덜거림도 잠시.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50개 품목을 추려내는데 불과 3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 각 부처가 대통령의 검증되지 않은 말 한마디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경제가 만사
새 정부에서는 모든 부처가 다 경제 부처인 듯하다. 어느 부처를 막론하고 경제 살리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대통령이 극찬을 했다는 19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는 ‘기업 경영에 유리한 법 정비’가 골자였다. 포이즌 필(독소 조항) 등 적대적 인수ㆍ합병(M&A) 방어책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나,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온라인 주주총회를 도입하겠다는 등 마치 경제부처의 업무보고 같았다. 21일 환경부 업무보고도 마찬가지. 상수원 지역에 공장 설립을 쉽게 하고,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등 ‘환경’보다 ‘경제’에 방점이 찍혔다.
경제 부처들은 두 말이 필요 없다. 참여정부에서는 서랍 속 깊이 묻어뒀던 정책들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구호 아래 잇따라 추진 과제로 내놓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 기업 관련 각종 규제 철폐 등 온통 기업들의 입맛에 쏙쏙 맞는 정책들이다. “경제도 좋지만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던 이전의 우려의 목소리는 적어도 정부 내 공식석상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과속에 신호위반
새 정부의 예산 10% 절감 방안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21일까지 실행 방안 제출을 요구했다. 각 부처에 주어진 시간은 고작 1주일 가량. 초고속 스피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조직개편 후속 인사가 늦어져 담당자가 공석인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예산 절감 방안을 마련하라니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이 뿐 아니다. 관련 부처간에 조율 되지 않은 정책이 업무 보고에 담겨지기도 하고, 인수위 국정과제가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정책으로 발표되기도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선 언제까지 검토해 보겠다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검토 단계에서 이미 일정 계획이 담긴 액션 플랜을 요구하기 때문에 과속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밤 시간과 주말까지 모두 헌납하며 ‘노 홀리데이’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요구하는 속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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