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가 군 병력의 봉쇄와 언론 통제 등으로 고립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티베트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포 사실을 처음 시인하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AFP 통신은 21일 대규모 군 병력이 시짱(西藏) 자치구(티베트)를 비롯해 인근 티베트인 밀접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수천명의 군대가 도보, 트럭 및 헬리콥터 등으로 티베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베트 시위의 진원지였던 시짱 자치구 성도 라싸는 고립무원의 상태다. 해외 언론인으로 라싸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다 20일 추방된 독일 일간 디 자이트의 게오르그 블루메 기자는 AFP와의 통화에서 “트럭 200대 가량이 줄지어 거의 2㎞에 이르는 대규모 수송부대가 이동하는 것을 봤다”며 “6,000명 정도의 병력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동조시위가 거세가 일었던 티베트 인근 간쑤(甘肅),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등 3개 성의 시위 지역에도 마을마다 수백명씩 군 병력이 투입돼 수색과 검문 검색이 강화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같은 병력 증파는 티베트 사태가 안정되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설명과 달리 시위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티베트 사태 이후 국제적 고위 인사로는 처음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를 방문한 펠로시 의장은 “티베트 시위 사태에 대해 국제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면서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보이코트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티베트 사태를 “세계 양심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이 도전에 티베트인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온다’는 데 흥분한 수 천명의 티베트인이 몰려들어 티베트기와 미국 국기를 흔들며 펠로시 의장을 뜨겁게 맞았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 인권 상황을 비판해온 대표적 인사로 지난해 달라이 라마에게 의회 명예시민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20일 뉴스위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 고위 관리 두 명이 개인적으로 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중국 지도부에 태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살아있는 한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내가 죽고 나서 폭력이 격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내가 티베트 시위의 폭력을 부추겼다고 주장한 원자바오 총리에게 증거를 댈 것을 요청한다”면서 “중국인 수천명이 (티베트 독립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다람살라를 방문했다”고 공개했다.
중국 당국은 20일 쓰촨성 티베트인 밀집지역인 아베이에서 16일 발생한 시위 당시 경찰이 발포해 시위대 4명이 다쳤다며 발포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해 국제적 여론도 점차 중국에 불리해 지고 있다. 당국은 시위대의 공격으로 경찰이 자위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발포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전날 티베트 망명정부가 총상으로 숨진 시신 사진을 공개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수와 체포자 등을 놓고서도 중국과 망명정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민간인 13명이 폭동으로 숨졌고 2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으나 망명정부는 적어도 99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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