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달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맞아도 죽고 죽도록 굶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으므로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음이 일상이 되면, 죽는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지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깜깜한 학원버스들이
어둠 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1967년 경북 의성 출생 ▦1998년 <문예중앙> 통해 등단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그늘과> 직선> 문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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