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교육부 장관은 교수 출신들이 독무대를 이뤘다. 간혹 정치인도 등장했지만, 교수 출신들이 마치 '회전문' 처럼 돌아가면서 교육 수장 자리를 맡아왔다. 노무현 정부는 특히 더 그랬다. 윤덕홍(대구대).안병영(연세대).이기준(서울대).김병준(국민대).김신일(서울대) 장관 등이 모두 교수 출신이다.
아들 국적 문제 등 도덕성 논란으로 임명된지 사흘만에 낙마한 이기준 전 장관의 대타로 나선 김진표 장관(통합민주당 의원)이 유일하게 정치인 출신 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교육장관 인사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 하마평에 교수 출신들이 끊임없이 오르내리더니, 결국 김도연 서울대 교수가 낙점됐다.
관료나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다른 부처 장관과 달리 유독 교육부 장관만 교수 편향이 두드러진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 전문가에게 교육을 맡겨야 한다'는 인사권자의 변함없는 논리 때문이다.
교수 직함을 가진 인물은 전공을 불문하고 교육 전문가로 본 것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낙제점 수준이었다.
윤덕홍 전 장관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놓고 미숙하기 짝이 없는 대응으로 교육계 반발을 사고, 교육부 직원들 조차 등을 돌리면서 임명 1년도 안돼 경질됐다.
안 전 장관은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사건에 휘말려 나가 떨어졌고, 김병준 전 장관은 논문표절 의혹으로, 김신일 전 장관은 청와대와 '코드'만 맞추면서 허송세월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도연 서울대 교수에게 바통이 넘어왔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김 장관을 잘 아는 서울대의 한 교수는 사석에서 "과학이라면 몰라도 교육까지 맡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재료공학 분야의 권위자로, 서울 공대 학장을 지낸 경력이 조직관리 경험의 전부인 김 장관이 방대한 교과부를 이끌고,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교육 현안을 조율할 정도의 능력과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김 장관은 극도의 신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테스트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으나,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 그치고 있다. 교육현장을 들끓게 만들었던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건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이 전부였다.
김 장관은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지난 정부에는 없었던 청와대 교육관련 수석비서관이 신설되면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이주호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김 장관의 '한계'를 일찍이 간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교과부 주변에서 "교육은 이 수석이 챙기고, 김 장관은 과학 챙기기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은 좋지 않은 징후다. 김 장관이 정체성을 상실할 경우 청와대에 휘둘리고, 교육 관료들로부터도 외면받아 '반쪽 장관', '핫바지 장관'으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의미다.
새 정부 교육의 성패는 김 장관과 이 수석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행여 이 수석이 교육 정책 입안 및 추진과 관련해 주도권을 쥐겠다고 생각한다면 미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 교육 총수는 교육부 장관이지, 청와대 교육수석이 아니다.
김 장관도 부담속에 출발했다. 교수 출신의 전직 여럿 장관 처럼, 김 장관이 소신을 저버리고 청와대 '코드'만 맞추려 한다면 교육은 망가진다. '제2의 윤덕홍', '제2의 김신일'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김진각 사회부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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