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이명박 정부가 ‘물가 잡기’에 ‘올인’ 하는 양상이다.
50개 서민생필품 집중 관리, 공공요금 동결, 원자재 할당관세 인하 등. 정부가 20일 내놓은 대책은 물가관리 대책의 종합선물세트에 해당한다. 일단 서민 물가를 잡고 민생고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새로울 게 전혀 없는데다 눈앞의 효과에 급급한 처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정부가 직접 시장을 통제한다는 생각부터가 ‘친기업적’ 정부라는 방향성에 어긋날 뿐더러, 효과는커녕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물론 공공요금 정도는 정부가 통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요금이 전체 물가에서 점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더욱이 물가를 일시적으로 묶어놓는다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인상폭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말 많던‘50개 생필품’과 관련, 쌀 돼지고기 배추 무 마늘 달걀 우유 라면 등 구체적인 품목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물가를 정부가 무슨 수로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것인 지부터가 논란거리다.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50개 생필품 가격 집중 관리’지시를 내린 뒤부터 실효성 의문은 비등했다.
정부의 가격규제는 시장경제 논리에 배치되는 데다, 소수 품목만으로는 생활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비판이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옛날처럼 가격 자체를 관리한다는 게 아니라, 대체품목을 육성하거나 공급자를 다변화하는 등 시장친화적 방법을 통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이다. 청와대는 라면 값을 잡기 위해 밀가루라면 대신 쌀라면을 공급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런 발상이 시장에서 먹히려면 업계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 밀보다 쌀 공급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굳이 쌀라면을 만들어 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현 상황에서 물가 방어의 해법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동정 여론도 있다. 최근 물가 상황이 국제유가, 곡물가 폭등 등 외생적 요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통 받는 서민의 생활안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대책이 서민들의 주름진 가계를 펴주리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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