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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 금융위기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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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 금융위기의 '이중잣대'

입력
2008.03.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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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스템의 몰락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받고 있던 10년전. 당시 한국경제의 화두는 고금리와 구조조정이었다. 가혹했다. 서민들과 기업들은 살인적 고금리에 쓰러져 나갔고, 구조조정은 수많은 기업도산과 실직자를 양산해냈다.

물론 우리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IMF가 그래야 돈을 준다고 해서, 그래야 위기를 벗어난다고 워낙 강하게 요구해서, 고통스러웠지만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을 조기졸업하고 체질개선을 이룰 수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경제는 지금 위기상황이다. 그냥 주기적으로 오는 경기침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10년전 한국의 환란과 수평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미국의 ‘월스트리트 자본주의’는 총체적 시스템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처방은 정반대다. 돈 풀고 금리 낮추는게 전부다. ‘환부를 근원적으로 도려내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10년전 한국에 요구했던 고금리처방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구조조정? 그런 것도 없다. 모험적 투자와 방만한 위기관리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몇 개 도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책임추궁 얘기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에겐 그토록 고금리와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미국이 자기 문제엔 이토록 관대할 수 있는지.

이런 식으론 금융위기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미줄같이 얽혀있는 글로벌 금융네트워크 하에선 미국의 ‘도덕적 해이’마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게 금융불안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게 세계화의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지만, 남과 자신에 대한 미국의 ‘이중잣대’는 한번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진희 기자 <경제산업부>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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