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뮤지컬’을 표방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18일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된 <이블 데드> 는 이 뮤지컬 식의 표현을 빌리면 ‘조낸 퐝당한(매우 황당하다는 뜻의 은어)’ 뮤지컬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호러 영화 1,2편을 조합해 만드는 과정에서 1980년대 공포 영화의 조악함을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무섭기는커녕 귀여운 좀비들이 무대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객석엔 대놓고 피를 뿌린다. 200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첫 선을 보인 뒤 200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뮤지컬 <이블 데드> 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코믹 호러 뮤지컬의 결정판’이라는 홍보 문구 만큼의 폭발적인 웃음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이블> 이블>
이야기는 뻔하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애쉬(류정한 조정석 더블 캐스팅)와 린다(임강희)는 스콧(정상훈 김재만), 셸리(백민정) 커플, 그리고 애쉬의 여동생 셰럴(최혁주)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숲 속 빈 오두막을 숙소로 정한 이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던 좀비들을 깨우면서 이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그리스>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유명 뮤지컬을 패러디하거나 배우들이 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등 전형적인 유머 코드를 충실히 따른다. B급 뮤지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류정한 백민정 등 A급 배우들은 피와 땀이 범벅이 된 채 열연했고 확실한 팬 서비스를 제공했다. 과감한 연기 변신은 물론이고 객석으로 몸을 날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최혁주 정상훈 등 조연들이 돋보였다. 소품도 볼거리다. 말하는 사슴 박제나 몸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움직이는 손, 여기에 어린이 한 명도 못 건널 미니어처 크기의 다리가 끊겨 강을 건널 수 없다고 호들갑을 떠는 배우들의 표정이 우스꽝스럽다. 서로 다른 배우의 파트를 맡아 하이라이트처럼 꾸민 커튼콜도 꽤 신선하다. 강력한 웃음의 포인트가 마지막 20여분에 집중돼 있어 전반부가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큰 기대 없이 공연장을 찾는다면 관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뮤지컬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킬> 맨> 그리스>
피가 튀는 좌석이라 하여 일찌감치 매진된 43개의 ‘스플래터 존’에 앉은 관객이 2막 직전 제작사가 지급한 우의를 입는 모습은 진풍경이었지만 피범벅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피의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들이 어떻게 조준하느냐에 따라 일반 객석에 튀는 일도 있는 만큼 되도록 세탁이 쉬운 복장으로 공연장을 찾는 게 좋겠다. 6월 1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02)2051-3307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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