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뜻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개념이 다양화하고 있다. 기업 환경이 변하고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CEO에게 그만큼 많은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 Chief Entertainment Officer
요즘 들어 CEO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직원과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리더십이 자주 거론된다. 소위 ‘즐거운(Fun) 경영’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경영자’로 통할 만큼 유머 경영을 중시한다. 점잖은 점심 식사 자리에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복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토끼 분장을 한 채 출근길 직원들을 놀라게 만드는 등 그의 즐거운 경영 사례는 이루 손을 꼽기 힘들 정도다.
켈러허 회장은 경영자의 근엄한 권위 대신 즐거움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항공 직원들은 다른 항공사보다 업무량이 많아도 이직을 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워도 웃으며 일할 수 있어서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내에서도 조영주 KTF 사장이 가수로 변신해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지휘봉을 잡거나 색소폰을 연주하는 등 깜짝 이벤트로 즐거운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 Chief Emergency Officer
‘최고 위기 관리자’라는 개념은 기업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을 때 야구의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위기 관리를 할 수 있는 경영자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부회장이 대표적인 최고 위기 관리자로 꼽힌다. 서 사장은 한국전기초자 사장 시절에 회생 불능 판정을 받은 기업을 맡아 감원이나 자산 매각 없이 3년 만에 영업수익률 1위로 만들었다.
■ Chief Education Officer
‘최고 교육책임자’는 “모든 기업은 배우는 곳이자 가르치는 곳”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최고경영인의 교육적인 덕목을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연 매출액의 3%를 직원 교육에 투자한다.
인텔은 리더십 개발을 위해 직원 1인당 연간 130시간과 5,000달러의 경비를 투자한다. 일본 마쓰시타전기를 창립한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이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물으면 우선 사람을 만들고, 그런 다음 전자제품을 만든다고 대답하라”고 직원들에게 가르친 일화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도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아 직원교육을 확대하는 기업들이 있다. 유한킴벌리 포스코 휴넷 등은 전체 직원의 연 평균 교육시간이 300시간 이상으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조영탁 휴넷 대표 등이 최고 교육책임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 전체의 교육 투자 규모는 매출대비 0.3% 수준이어서 기업들의 직원 교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휴넷의 조 사장은 “직원에 대한 투자는 훗날 큰 성과로 돌아온다”며 “교육비는 연구개발비처럼 중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 Chief Environmental Officer
환경 친화적 경영을 펼치는 최고경영자를 말한다.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만큼 환경 보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CEO들이 늘고 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펼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을 위해 원료 구입부터 제품 설계, 포장까지 친환경 생산체제를 구축한 선우영석 한솔제지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 Chief Empowerment Officer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자율 경영을 중시하는 최고 경영자들이다. 일본 마쓰시타산업을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잭 웰치 전 GE회장을 들 수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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