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현재 ‘샌드위치’ 상태다. 한쪽엔 물가, 한쪽엔 성장으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다. 물가를 잡자니 성장을 희생해야 하고, 성장을 건지자니 물가에 대한 아우성이 여간 아니다. 모든 정책수단이 ‘양날의 칼’인 셈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강만수 경제팀은 물가와 성장 가운데 우선 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에게 해법을 물어봤다.
당장은 물가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화 전인 경기둔화보다 폭등세인 물가를 더 걱정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팀장은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중요하다”며 “물가 상승이 임금을 올리고 생산품 가격까지 상승시켜 결국 생산부문 전체의 비용을 높이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물가급등은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가 급등과 환율 같은 외부변수에 의한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거시경제실장은 “현 상황에서 물가는 우리 힘으로 컨트롤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성장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가는 앞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고 올라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지만, 성장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지표로 볼 때 물가불안은 지금이 절정일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성장세는 2~3개월 후부터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상무)도 “현재 인플레의 원인이 국내 경기 과열이라면 물가관리가 우선이겠지만 외부요인인 이상, 물가 부담을 어느정도 감수하더라도 경기부양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쓸 수 있는 수단으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1순위로 꼽혔다. 삼성 권순우 연구원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인 금리인하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나 예산지출확대 같은 재정정책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쓰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쪽과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쓸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원은 “추경예산 편성도 어렵고 감세 카드는 이미 쓴 상황인데 최악의 위기가 아니라면 팽창정책을 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LG 오문석 상무는 “우리보다 재정건전성이 안좋은 미국도 공격적 재정책을 쓰는 현실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감세나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통한 부양책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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