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파워콤, 온세통신 등 국내 유명 통신업체의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해 이들 회사의 고객의 개인정보 100만건이 유출된 뒤 대부업자나 성인용품 판매업자 등에게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0일 국내 대형 통신업체의 홈페이지를 해킹해 휴대전화 번호,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빼낸 후 인터넷에서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모(25)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박모(3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거나,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 등은 올해 1월부터 국내 통신업체 3곳, 인터넷 업체 3곳, 060 서비스업체 2곳 등 모두 9개 기업의 홈페이지를 관리자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해킹한 뒤 100만건 이상의 고객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관련 업체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통신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와 LG파워콤, 온세통신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씨 등이 이렇게 빼낸 개인정보 가운데 10만여건을 실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1,000만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또 불법으로 빼낸 개인정보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유명 발기부전 치료제를 싸게 판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1억560만원 어치의 가짜 치료제를 팔기도 했다.
이들은 이밖에도 13만여개의 온라인 상품권 개인식별번호(PIN)를 이용해 A온라인게임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온라인 머니’를 공짜로 구매한 뒤 이를 다시 환전하는 수법으로 모두 16차례에 4,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 일당의 홈페이지 해킹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통신업체의 부실한 정보관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 관계자는 “검거된 일당은 지난해 인터넷 업체를 해킹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신모(35)씨의 지시를 받았다”며 “똑같은 사람에게 또다시 해킹을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산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관리자 아이디가 유출됐다면 이들 회사 내부에 협력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피해 업체는 정보보안 시스템 전반을 새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신씨를 검거하는데 주력키로 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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