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붕괴의 시작인가, 일시적인 숨고르기인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기름 금 곡물 등 국제상품 가격이 이틀째 일제히 급락했다. 드디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신호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투기자본의 차익 실현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4.94달러(4.5%)나 떨어진 배럴당 104.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개장 전 시간 외 거래에서는 5월 인도분 WTI 가격이 3.89달러(3.8%) 하락하며 배럴당 98.65달러를 기록, 3주 만에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금을 비롯한 금속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이날 59달러(5.9%)나 폭락, 온스당 945.30달러를 기록했는데 2006년6월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농산물 가격도 곤두박질쳐 밀과 옥수수, 콩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았다. 면화와 설탕, 쌀 등도 2~4%대 하락했다.
블룸버그, 마켓워치 등은 국제상품가격이 이틀 연속 급락하자 "드디어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상품시장은 수급 요인 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거듭된 금리인하 등에 따른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헤지를 노린 글로벌 유동성이 몰려들면서 연일 급등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벤 버냉키 FRB 의장이 18일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치인 1%포인트보다 적은 0.75%포인트 인하했고, 발표문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 추가 금리인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앨러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부사장은 "상품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으며 파티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필 플린은 "FRB가 금리 인하를 통해 달러 약세를 가중시키며 상품 시장의 거품을 창출했지만 이번에 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내리면서 거품을 터뜨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상품가격의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호주상품워런츠의 로완 멘지스 리서치센터장은 "경제가 안 좋아지고 원자재 가격이 높기 때문에, 올해 수요가 전처럼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 붕괴 사건처럼, 역사적으로 실수요가 아니라 투기적 자본에 의한 가격 급등은 언제나 이후 폭락의 수순을 겪었다.
따라서 투기 수요에 의해 가격이 잔뜩 부풀어 온 상품 시장도 가격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최근 17일자 칼럼을 통해 원유 가격이 30% 급락하는 등 상품 시장의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쉽게 터질 거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요동치는 증시를 피해 상품 투자에 나섰던 자금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일 뿐 분석이다. 골드 앤드 실버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오브라이언은 "올해 들어 금가격은 이미 19% 이상 올랐다면서 조정을 받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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