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일 열린 당의 4ㆍ9총선 공천자대회에 불참했다. 공천자대회는 단순한 당 행사가 아니라 선거운동의 개시 선언이고 출발점이다. 그래서 이날 박 전 대표의 불참을 당 안팎에선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무위(無爲)의 저항’으로 해석한다.
한 측근은“계파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 줄줄이 탈당을 선언하는 마당에 당 공천자대회에 참석할 수 있겠냐”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무위의 저항’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주 초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으로 내려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머무를 계획이 극명한 의사 표시다. 이번 총선에선 전국적 유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으로선 갈수록 까칠해지는 민심을 수습하려면 박 전 대표가 나서줘야 한다. 그는 선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중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그럴 뜻이 없는 것 같다.
이번 공천에 대한 그의 기본 인식은 ‘잘못된 공천’이다. 속마음은 “공천 탈락한 측근들이 당선돼 다시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이다. 내놓고 무소속, 타당 후보를 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다른 절충점이 대구 달성에 머물며 자기 선거운동만 하는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틀을 깰 수 없어 최소한의 저항을 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박 전 대표의 침묵은 한나라당에는 부담이지만 무소속 출마자들에겐 든든한 지원이 돼 영남의 총선 판도를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 달성 인근의 달서갑(박종근) 달서을(이해봉)을 흔들고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이인기)을 넘어 구미을(김태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초래되면 총선 이후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지 않는다면 당도 마이너스지만 본인에게도 상당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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