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목사의 정치적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설교를 들어왔습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8일 자신의 ‘아킬레스 건’인 인종 문제를 정면 거론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 판도에 변수가 될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를 5주 앞두고 자신의 종교적 스승인 제레미 라이트 목사의 과거 설교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라이트 목사는 “흑인들은 인종 차별적 미국에 ‘갓 댐 아메리카’라고 외쳐야 한다”는 등 과격한 설교를 해왔는데, 이런 설교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며 오바마의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연설에서 “나를 헌신적으로 돌봐준 외할머니의 뿌리 깊은 백인 우월주의에 염증을 느꼈듯, 20년간 설교를 들어왔던 라이트 목사의 과격한 백인 공격도 반대한다”는 식으로 흑ㆍ백 양측의 입장을 배려하는 줄타기를 계속했다. 라이트 목사를 옹호하면 백인표가 떠나가고, 단호하게 배척하면 흑인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연설에 대한 반응은 “뿌리깊은 인종문제를 용감하게 다루었다”는 호평과 “좀 더 일찍 라이트 목사와 단절하지 않았는가”하는 반론으로 나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민주당 지지자는 연설에 환호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오바마가 정말 라이트 목사의 정치적 견해에 반대한다면 왜 20년 동안 관계를 유지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WSJ는 “민주당 지지자들마저도 오바마가 인종문제에 대해 얘기할수록 그는 점점 ‘흑인후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백인 지지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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