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으로까지 불리며 오랫 동안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새우깡('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검출된 이후 스낵류 과자 기피 현상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인체 유해 논란이 일었던 트랜스지방을 제거하며 매출 확대를 노리던 제과업계는 다시 한번 고된 시련을 맞게 됐다.
다른 제과업체가 만든 스낵류 과자에 애먼 날벼락이 떨어졌다. 신도시 유흥가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박모(35ㆍ여) 씨는 "이젠 아예 봉지과자가 안 팔린다. 박스 형태로 포장된 과자가 가끔 팔릴 뿐"이라고 말했다.
노래방 업소들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던 스낵류를 대체할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경기 안양시 D노래연습장 주인 박모 씨는 "원래 하루에 큰 봉지과자 서너 개 정도를 소비했는데, 18일부터는 손님들에게 과자 대신 오징어나 팝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문의 주범인 새우깡의 매출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L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하루 농심 새우깡의 매출은 일주일 전인 11일에 비해 42%나 급감했다. 주택가 소매점에서도 새우깡 판매는 뚝 끊기다시피 했다.
경기 평촌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모(40ㆍ여) 씨는 이날 "새우깡은 원래 잘 팔리는 과자인데 오늘 하나도 안 나갔다"며 "어차피 팔리지 않을 것 같아 지금 있는 재고를 모두 반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예 자녀들에게 간식을 직접 만들어주려는 엄마들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주부 심양진(39)씨는 "원래 마트나 가게에서 파는 과자에 대한 불신감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더 심해졌다"며 "앞으로도 직접 원료를 구입해 두 아이에게 먹일 간식거리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주부 이임숙(37)씨도 "요즘엔 집에서 만든 간식이나 과일을 주로 먹인다"며 "우리 동네 엄마들도 쿠키나 빵 등을 직접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주부 황모(37)씨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안전한 재료로 위생적으로 만든 먹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대기업이 만든 과자가 이 모양이니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노래방 새우깡'의 제조사인 농심은 '이물질 검출 최다 업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생쥐 머리가 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농심 측의 당초 해명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19일 소비자운동 민간 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가공식품과 관련된 상담(1,980건)을 분석한 결과, 이물질 신고가 1,0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통기한 문의 315건(15.9%), 부작용 290건(14.6%), 변질 241건(12.2%), 기타 63건(3.2%)의 순이었다.
이물질 신고의 경우 농심의 가공식품이 58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농심 가공식품에서 발견된 이물질은 벌레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명 이물질(8건), 곰팡이ㆍ쇠ㆍ플라스틱ㆍ비닐(각 2건), 머리카락ㆍ 뼈ㆍ파리ㆍ스테플러(각 1건)도 발견됐다.
농심에 이어 남양유업(50건), 매일유업(43건), 오리온(33건), 해태제과(25건), 롯데제과(24건) 등의 순이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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