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투쟁으로 5년간 감옥생활 하던 때도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부정ㆍ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낙천한 설훈 전 의원의 항의단식이 15일째를 맞았다. 당산동 민주당사 5층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실 창가 한쪽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있는 그의 표정에는 허탈감이 역력했다.
텁수룩한 수염에 수척해진 모습의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자신이 제기한 ‘이회창 후보의 20만 달러 수수설’에 대해 “그것이 구시대적 정치행태라면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의 정치공세도 구시대적 행위냐”고 부당함을 토로했다.
생수로 버티고 있는 그의 음성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억울함이 묻어있었다. 그는 “낙천원칙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자마자 박재승 위원장에게 ‘내가 왜 비리전력자냐’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하더라. 그 이후로 이 사무실에서 안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공심위원장실을 쓰지 않고 있다.
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나를 미워한다면 이해하지만 통합민주당이 이러는 것은 정말 할말이 없다”며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 있던 한 측근은 “정치인 설훈의 인생이 한방에 날라가 버렸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