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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시신 우예슬양으로 최종 확인/ '살인마' 정씨 여죄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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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시신 우예슬양으로 최종 확인/ '살인마' 정씨 여죄 드러날까

입력
2008.03.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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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명학초등학생 이혜진(11) 우예슬(9)양을 유괴ㆍ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39)씨가 19일 구속됨에 따라 정씨의 여죄 및 범행의 전모가 드러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씨는 2004년 경기 군포시 전화방 도우미 A(당시 44)씨 실종 사건 당시 A씨와 마지막 전화통화를 한 유력한 용의자였나 알리바이가 성립돼 풀려났다. 정씨는 이후 2006∼2007년 군포ㆍ수원ㆍ화성 연쇄실종사건 때도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 여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혈흔과 사체까지 발견된 이번 사건에서조차 '죽이지 않았다→죽였다→교통사고였다→음주교통사고였다→쓰다듬는데 반항해서 죽였다'는 등 수시로 말을 바꾸는 정씨 태도로 볼 때 사체도 발견되지 않은 연쇄실종사건과의 관련성을 캐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씨, 살인 혐의 인정

수원지법 고홍석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후 "영장을 발부할 만한 상당한 소명이 이뤄졌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음주운전을 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거듭 과실치사를 주장했지만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아이들이 귀여워 보여 머리를 쓰다듬는데 반항해 목졸라 죽였다"고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그러나 판사 앞에서 한 정씨의 진술조차 최종 진술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보강 수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분 단위로 행적을 추궁해 들어가자 당시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는 새로운 답변을 들고 나왔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지만 추후 조사과정에서 또 다시 말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남부 연쇄실종 관련 주목

경찰은 정씨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1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8)에게 선고된 형량을 물어봤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정씨가 두 여아 유괴ㆍ살인 말고도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형량을 물어봤다는 것은 이 사건 외에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개연성을 드러내 보인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특히 정씨는 2006년 5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추가 확인돼 이 같은 추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씨는 그러나 17일 범행을 일부 시인하는 듯 하다가 18일 돌연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를 주장했고, 19일에는 '음주사고 후 살인'을 주장하는 등 오락가락 진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살인 혐의를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진술을 수시로 번복하면서 진술의 증거능력을 스스로 훼손하려는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정씨가 이 같은 행태를 계속 반복해 보이는 한 직접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서남부 연쇄실종사건에 대한 정씨의 진술을 기대하기란 난망인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정씨가 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보고 전향적 자세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부실수사 논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전날 경기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한 유전자(DNA) 감식결과 우양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정씨 집 화장실 벽에서 채취한 혈흔도 우양의 것으로 나타났으며, 집 주변에서 수거한 톱 2개에서도 이양과 우양의 DNA가 검출됐다고 국과수는 밝혔다.

이에 따라 또 다시 경찰의 초기 부실수사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월 정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도 초동 수사를 부실하게 함으로써 정씨를 조기에 검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양의 시신이 발견되고 난 뒤 여론이 악화하자 그제서야 수사에 박차를 가해 렌터카에서 혈흔을 찾아냈다.

좁쌀 크기이긴 하지만 정씨의 집에 감식반을 네번이나 보내고 나서야 혈흔을 찾아낸 것도 경찰의 수사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경찰은 수사 과정 내내 정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과학수사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지구대에 수사ㆍ정보 기능을 보강하는 등 갈수록 중요해지는 초동수사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씨처럼 영악한 피의자를 검거하려면 인력, 장비, 기술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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