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한 시골 교회가 갈라섰다가 15년 만에 다시 결합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 있는 ‘돌산읍교회’는 85년 된 교회다. 여수ㆍ순천사건 때 두 아들을 살해한 원수를 양자로 입적해 세상을 감복시킨 손양원 목사를 낸 이 교회는 그 동안 10여명의 목회자를 배출했다.
돌산읍교회 신자들은 1992년 뇌출혈로 쓰러진 담임목사의 거취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신자 400여명 가운데 200여 명이 떠나 천막교회에서 예배를 봤다. 얼마 후 새로운 목사를 초빙해 200여m 떨어진 곳에 ‘돌산제일교회’를 건립했다.
450여 가구에 주민 1,300여 명에 불과한 자그마한 지역에서 두 교회 신자들은 서로를 원수처럼 여겨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심지어 부모와 자녀, 형제가 다른 교회를 다니고 친구 사이도 갈라선 경우도 많아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개신교의 축소판 같았다고 한다.
반목하던 두 교회에서 화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신임 목사들이 각각 부임하면서 였다. 과거의 갈등과는 무관한 두 목사는 2007년 1월 공동부흥회를 여는 등 교류의 움직임을 보이다 여름에 돌산읍교회의 류요한 목사가 자메이카로 선교 여행을 나가자 돌산읍교회 신자들이 두 달간 제일교회로 건너가 정찬국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예배를 봤다. 류 목사가 귀국한 10월부터는 아예 두 목사가 일요일 아침예배와 낮예배, 수요일 예배와 금요일 기도회에 번갈아가며 강단에 서는 방식의 공동 목회를 했다. 류 목사가 자메이카에서 뎅기열 풍토병을 앓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두 교회는 지난해 연말에 내부적으로 통합키로 결정하고 지난 10일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수노회로부터 인증을 받아 ‘돌산읍제일교회’로 새로 탄생했으며 16일에는 합동 예배를 올렸다. 두 교회의 통합이 이뤄지기 까지는 두 목사 외에 두 교회 장로 등의 회개와 포기, 결단이 있었다.
돌산읍제일교회는 교단법상 담임목사를 1명밖에 둘 수 없어 류요한 목사가 정목사, 정찬국 목사가 부목사를 맡기로 했지만 두 목사는 이에 개의치 않으며 신자들도 두 목사를 동등하게 대접하고 있다. CBS TV의 토크쇼 프로그램 ‘크리스천Q’는 부활절 특집으로 이 교회의 사연을 담아 21일 오후 2시, 28일 오후 2시, 두 차례에 나눠 방송한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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