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19일 자파 사람을 심으려고 공천을 주무르고 ‘친박 죽이기’를 주도했다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공격에 대해 “공천에서 이재오 주변 사람들이 다 잘려나갔으니까 ‘이재오 죽이기’가 맞는 말”라고 반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옛날 권위주의 시대처럼 뒤에서 누가 공천에 개입하고 그럴 수는 없다”며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려고 한 일도 없고, 또 영입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과 가까운 현역의원 20명, 원외 인사 32명 등 52명이 이번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점을 공천 불개입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확인된 얘기는 아니지만 공심위가 공천을 하면서 나를 너무 의식해 이재오와 친한 사람, 소위 이재오 측근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배제하자는 묵언 같은 게 있어서 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떨어졌다”고 항변했다.
친 이명박계 실세인 이 전 최고위원은 그 동안 공천 과정에서 친박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을 꺼려왔다. 당내 친이, 친박 간 대립 과정에서 공격적 화법의 그가 입을 열면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11월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것도 박 전 대표 측을 향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극적 발언이 화근이었다.
그런 그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적극 항변에 나선 것은 공천 과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이미지를 더 방치했다간 공천 후유증의 책임을 모두 혼자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측근은 “이 전 최고위원은 공천이 당내 계파 간 힘겨루기의 산물인데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마타도어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내에는 그가 일부 친박 의원의 주장처럼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은 아니어도 차기 당권 경쟁을 위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계파 간 경쟁을 심화시킨 것은 사실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친박 측 한 인사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일부 공심위원을 통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인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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