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교육개혁 정책을 입안했던 대통령 소속 교육혁신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전격 폐지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교육혁신위의 기능이 지나치게 교육평등주의에 맞춰지는 바람에 교육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새 정부가 내세운 폐지의 표면적 이유지만, 참여정부 교육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이를 입안한 혁신위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한 교육계에서는 "새 정부가 경제와 교육을 국정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면서, 대통령 교육자문기구를 없앤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가 대통령령 개정으로 2월 29일자로 해체됐으며, 현재 일반 직원 2명이 남아 서류 정리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 해체로 정홍섭 신라대 총장과 선임위원인 이종각 강원대 교수 등은 학교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23명의 위원들도 자동 해촉됐다. 이에 따라 2003년 7월 출범해 1기(전성은 위원장)와 2기(설동근.정홍섭 위원장)를 거친 교육혁신위는 5년 만에 공중분해됐다.
혁신위의 대표 작품은 수능등급제와 외국어고 관련 정책이다. 고교 내신 중심의 대입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찬반 격론 끝에 수능 9등급제를 도입한데 이어,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은 외고 운영 방식을 고치기 위해 자연계반 운영을 금지시켰다.
또 특목고 신설시 교육인적자원부와의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중 수능등급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사실상 폐기시켰다.
교육계에서는 대통령 교육자문기구 폐지를 "뜻밖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행 교육정책의 토대가 됐던 '5.31 교육개혁'이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구인 교육개혁위에서 나왔고, 김대중 대통령도 교육자문기구를 두는 등 15년 이상 유지돼 왔던 기구를 하루 아침에 없앤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뒷받침하려면 숱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 역할은 교육부도, 청와대도 할 수 없다"며 "장단기 교육정책 입안과 여론 수렴 창구로서 대통령 산하의 교육기구는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 내부에서도 이런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면 국가 차원의 교육위원회 설치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교육자문기구 설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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