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공천 작업 막바지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비례대표추천위원회 구성을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가 벼랑 끝 대치에 들어간 것이다. 양측이 감정적으로도 격해 있어 자칫하면 쇄신공천의 공든탑이 무너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심위가 19일 오후 당 지도부를 강력 성토하고 나선 것은 연이어 사실상의 공심위 무력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틀 전 최고위 회의에서 공심위의 재심 의결 요건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강화하는 당규 개정안이 제출된 데 이어 이날 금고형 이상 비리 전력자 2명이 비례대표추천위원에 포함되자 "우리보고 나가라는 소리 아니냐"는 격한 반응이 터져나온 것이다.
반면 당 지도부는 "공심위가 너무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규를 제정할 때 손학규ㆍ박상천 공동대표와 박재승 위원장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선 당의 전략적 판단을 존중키로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간 공심위를 앞장서 변호해온 강금실 최고위원도 "당규에 따라 비례대표추천위원이 적법하게 선정됐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양측 사이에는 감정의 골도 깊게 패여 있다. 공심위측은 구(舊)민주당계의 '노빠공심위'라는 비난과 용두사미라는 비판여론 속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해왔는데, 공천 결과를 번복할 수 있도록 당규를 개정하려고 하고 제1의 원칙이랄 수 있는 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마저 뭉갰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당측도 "좋은 후보자를 골라달라고 했더니 아예 당권을 행사하려 한다", "비리전력자 논란에 이어서 이번에도 당 지도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거냐"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번 대립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당 지도부의 '도발'과 공심위의 '오버'가 겹쳐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당규의 절차를 따랐고, 두 대표의 의중을 전달할 사람이 필요했던 만큼 김민석 최고위원과 신계륜 사무총장의 선임이 당연했다. 이들은 비리 전력자 배제 때문에 지역구 출마가 막혀 몇 날 며칠을 '투자'할 여력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선임은 공심위에게 '도발'임에 분명하다. 한 당직자는 "정황상으로 공심위가 무력화 시도로 받아들일 만한 일이 연이어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했다. 대신 상황이 극단으로 흐른 데에는 공심위의 과도한 반응이 한 몫 했다. 비례대표추천위원 명단을 최고위 회의 전에 전달받았지만 두 대표측에 비판적인 견해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공개적으로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양측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터라 어느 한 쪽이 쉽게 물러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여론의 향배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한 수도권 의원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유권자 입장에선 어떻든 공심위 손을 들어주지 않겠냐"고 했다. 결국 김 최고위원과 신 총장이 이번에도 자진사퇴 형식으로 재물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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