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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활약 문영희씨 '2008 서울 컬렉션' 참석차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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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활약 문영희씨 '2008 서울 컬렉션' 참석차 귀국

입력
2008.03.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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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커뮤니케이션 등 행정적 능력도 필수죠. 무엇보다 디자인에 뚜렷한 정체성을 담아야 하고요.”

프랑스 파리에 본거지를 두고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문영희씨가 ‘2008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 참가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문부틱’을 운영하다 1984년 파리에 진출, 96년부터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세계 3대 패션쇼의 하나인 파리 컬렉션 ‘프레타포르테(고급 기성복 패션쇼)’에 참가해 온 문씨는 “세세한 장기 계획을 세워 준비한 게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의 엄선된 20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프레타포르테에 한국 디자이너들도 간혹 등장하지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10년 안에 인정을 받자’는 목표로 철학을 담은 트렌드를 꾸준히 제시해 왔습니다.” 파리 진출을 위해 대학 진학 때 불문학과를 선택했고 프랑스 상법까지 공부하며 미리 시장을 파악했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은 한복의 현대화다.

그는 “내 디자인이 한복에서 나왔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면서 “한복의 선을 직접 활용하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것을 세계인이 공유하도록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았던 80년대에 과감히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창작물이 존중받지 못하는 한국의 풍토가 싫어서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성공하려면 실력 이외에 인맥 등 중요한 부가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오롯이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데다 디자인 도용이 흔한 것도 문제죠.”

그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란 “창작 욕구가 넘쳐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실과 바늘이 최고의 장난감이었다”는 문씨는 “요즘 후배 디자이너들은 창작에 대한 욕구보다 스타가 되려는 욕심이 더 큰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파리 진출 초기 문화와 교육의 한계를 깨닫고 한 때 좌절하기도 했다. “우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 그 자체를 업무의 중요한 부분으로 봅니다. 한국에서 직원들이 제게 깐깐하다고 불평했었는데 파리에 가서는 오히려 프랑스인의 꼼꼼함을 견디지 못하겠더군요.”

2004년 이후 4년만에 서울컬렉션에 참가한 문씨는 23일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패션쇼를 열고 다음날에는 해외 진출 노하우를 소개하는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문씨는 “제가 10여년 만에 거둔 성과를 후배들은 6,7년 안에 이룰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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