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수익불패'신화를 과신한 미국의 금융권과, 이런 금융권의 방종을 자율규제라는 명목 하에 떠받들어온 정치권에 대해 뼈아픈 비판을 가했다.
규제완화와 시장자율이 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금융권의 대명제로 굳어진 시대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그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어서 눈길을 잡는다.
크루그먼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획일적 처방을 맹렬히 꼬집었던 미국 경제학계의 비판적 지식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과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과 혁신을 통해 금융권의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민간의 잘못된 믿음, 또 언제나 시장이 옳고 규제는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경고신호를 무시해온 정치권의 잘못된 믿음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국경제에 대해서도 묵시록과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경기침체는 2010년까지,주택가격의 25~50%하락, 사상 최초 미 연방기금 금리 0%대 진입, 정부예산을 투입한 구제금융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2010년 7월에나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침체가 2011년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번 침체가 공식적으로는 8개월 만에 해소됐지만 고용은 30개월 뒤에나 회복됐으며,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올해 1월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계산하면 2010년에야 경기회복이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주택가격과 임대율 비율이 적정수준에 이르려면 전체 주택가격이 25% 하락해야 하며 그 동안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 같은 지역에서는 40~50%에 이르는 주택가격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베어스턴스와 같은 몰락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결국 국민의 세금을 이용한 정부 차원의 긴급구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긴급구제가 이뤄진다면 현재의 혼란을 조장한 장본인들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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