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공중파 3사 개그 프로그램이 최근 코너 재정비와 개그맨들의 방송사 이동 등을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방송 3사 개그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 는 최근 코너 재정비를 통해 대중성과 실험성을 안정적으로 섞는데 성공했다. <대화가 필요해> 같은 기존 인기 코너의 건재에 <까다로운 변 선생> 의 후속인 <날아라 변 튜어디스> , 역시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의 후속인 <내 인생에 작업 걸었네> 등이 기존 코너의 인기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코너와 코너 사이에 등장해 '평생 똑같은 표정 짓기' 등 황당한 장기로 자신이 달인이라고 우기는 김병만의 <달인> , 유세윤의 <닥터 피쉬> 등은 파격적인 형식이 두드러진다. 특히 공개 개그 프로그램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관중의 반응을 배제한 채 인기 없는 그룹의 자아 도취 공연을 보여주는 <닥터 피쉬> 는 찬반 논란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은 출연진의 독특한 언행이 묘한 중독성을 일으키는 <웅이 아버지> 와 <쑥대머리> 가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음악과 개그가 결합된 <비디오케스트라> 등 새로운 코너들로 참신함을 더하고 있다. <개그콘서트> 와 비교해 보다 빠른 호흡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개그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개그야> 는 <개그콘서트> 의 주력이었던 정종철과 박준형을 영입하고, 시간대를 일요일 낮에서 금요일 밤으로 옮기며 분위기를 일신했다. 아직 눈에 띄는 반응은 없지만 <개그야> 제작진은 이들을 통해 안정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박준형은 "개인적으로 새로운 웃음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개그야> 출연진에게도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그 프로그램이 버라이어티 쇼에 밀려 예전만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공중파 3사가 재정비에 힘을 쏟는 것은 개그 프로그램이 가진 상징성 때문. 한 방송 관계자는 "<개그야> 가 자리를 잡은 뒤 개그 프로그램이 공중파 3사에 하나 이상 생기면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자존심 문제까지 걸려 있다"며 "개그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예능인들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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