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이라는 괴물이 18일 금융시장에서 잠시 수면 아래로 고개를 낮췄다. 시장을 집어 삼킬 듯 하던 기세를 잠시 누그러뜨리는 모습이다. 장기 전망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고 시장은 당장 내일 어떻게 변할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 같은 듯 달랐던 주가와 환율
제풀에 지친 것일까. 무서운 기세로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달리던 주가와 환율은 이날 잠시 방향을 틀어 반등과 반락을 연출했다.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당국의 개입설 속에 사상 최다였던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고 15.2원이나 내려앉았다. 2005년 2월 이후 3년 만의 하루 최대 하락폭일 정도로 최근 큰 변동세를 반영했다. 환율의 움직임이 하루 두자릿수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장세인 것이다.
1차적인 이유는 단기급등의 피로. 지난달 28일 이후 10여일 만에 96원이 올랐으니 잠시 쉬어갈 때도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50개 생필품 물가 관리’ 언급에 따라 정부 차원의 물가관리가 예상되는 상황도 시장심리를 움직였다. 최근 물가급등의 최대 원인인 수입물가를 잡으려면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향성은 시계 제로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과장은 “근본적인 여건이 전혀 변한 게 없어 적어도 달러당 995원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는 고점을 찍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리인하 영향 등에 따라 달라질텐데 상황이 악화할 경우 다음 고점은 1,050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끈했던 환율의 변신에 비해 주가는 영 미지근했다. 상승률은 1%에도 못 미쳤다. 전날 금융주가 뉴욕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것처럼, 국내 증시에서도 은행주가 상승폭을 제한했다. 여전히 불안감의 중심에 금융권이 자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이달말 풀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유동성 지원 전까지는 주식시장이 뚜렷한 방향없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FRB 금리인하, 한줄기 빛 될까
관심을 모았던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에서는 눈에 띄는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단기적인 관심은 그래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에 쏠리고 있다.
시장은 벌써 1%포인트 인하에 100%, 1.25%포인트 인하에 40%를 배팅(17일 뉴욕 외환선물시장)하고 있는 상황. 3%인 현재 금리도 4%대였던 지난해 4분기 미국 물가를 감안하면 이미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지만 이 폭이 더욱 커질 게 확실시 된다.
하지만 효과는 역시 ‘반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늘리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현재 신용위기는 유동성 부족에서 오는 위기가 아니라 금융권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리 인하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인플레 문제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연구원은 “FRB 금리인하가 효과를 낼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인하 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글로벌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근원인 주택시장 안정과 부실 규모 확정 여부에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금리인하라는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대형 투자은행들의 전체 부실 규모가 투명하게 드러나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에 다시 투자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글로벌 주식시장은 반등을 모색하고 국내 증시와 환율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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