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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후배들 위해 총대…호적 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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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후배들 위해 총대…호적 팠어요"

입력
2008.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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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동자랜드’를 방문했다. 얼마 전 KBS <개그콘서트> 를 떠나 MBC <개그야> 로 호적을 파간 개그맨 정종철을 만나기 위해 그의 아이디어 회의장소 겸 놀이터인 경기 일산의 사무실(과거 그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옥동자에서 따온 이름)을 찾았다.

정종철(31)은 아마도 개그를 시작한 지 8년여의 시간 중 가장 많은 욕을 최근에 먹었을지 모른다. 갑작스럽게 자신이 큰 무대였던 <개그콘서트> 를 등지고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으로 떠난 그에게 좋은 소리를 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새로 맡은 코너의 시청률이 높지 않다며 힐난하는 눈길도 많다. ‘마빡이’로 정상에 선 그가 무슨 이유로 ‘나까’(개그야에서 연기하는 캐릭터)의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 그는 의외로 확실한 대답을 갖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고생고생하고 출연해서 고작 20만원 버는 개그맨들이 많다면 믿으시겠어요. 얘들이 한 달 일하면 80만원 받습니다. 이러다가 코너 재미없다고 찍히면 그냥 일자리가 날아가요. 그래서 무대에 복귀 못한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정종철은 자신의 ‘이적’ 얘기를 하기에 앞서 개그맨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방송사간 이동이 쉽지 않고 ‘누가 됐던 그냥 웃기면 된다’는 제작자들의 생각 덕분에 입지가 좁아진 젊은 개그맨들의 생활 개선이 자리를 옮긴 동기라고 말한다.

“제가 길을 열어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스태프들도 자기 방송사에 국한해서 개그맨들이 출연하길 원하고 다른 곳의 섭외를 받아들이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그맨들은 살길을 찾기 힘들죠. 그래서 제가 총대를 멨어요. 잘 일궈놓은 터전을 떠나 <개그야> 를 최고의 프로로 끌어올려 놓는다면 이후 그만큼 젊은 개그맨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마빡이’로 2006년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으며 개그의 절정에 올랐던 그이지만 <개그야> 의 새 코너 <나카펠라> 는 쉽지 않은 도전인 듯하다. 그의 전매특허인 왁자지껄한 ‘몸개그’가 빛나지만 시청률은 고작 5%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종철의 캐릭터가 예전과 다르지 않고 식상 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뭐 변명을 하자면 ‘개콘’에서 보여드렸던 모습이나 지금 연기하는 캐릭터 모두 저의 가장 전형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버라이어티 쇼는 출연자의 비중에 따라 시청률이 요동치지만 공개 개그프로그램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긴 힘들어요. 저도 모험하는 심정으로 하는 만큼 천천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개그를 보는 사람들 중 정종철의 ‘몸개그’가 맘에 들지 않고 ‘토크쇼’ 스타일의 개그가 좋다는 경우도 많다. 개그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 류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끄는 시절이기도 하다. 정종철의 슬랩스틱(몸동작이 과장된 코미디)은 계속 먹힐까.

“삼겹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고기를 평생 싫어하지는 않죠. 개그를 즐기는 사람들의 기호도 계속 변해요.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이지만 얼마나 갈지 장담은 못하죠. 제가 좋아하는 게 슬랩스틱이니 계속 이런 스타일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최고의 캐릭터는 ‘마빡이’였고 그 반대는 <봉숭아학당> 의 ‘앙드레 옥’이었다고 말한다. “ <개그야> 의 ‘나까’가 ‘마빡이’와 같은 대박을 칠 것이라 믿지는 않아요. 행여 ‘앙드레 옥’처럼 실패작이 될 수도 있어요. 지금 중요한 건 후배들을 이끌어 갈 중간 선배가 없는 <개그야> 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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