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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 길에서' 고라니와 두꺼비의 눈높이로 본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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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 길에서' 고라니와 두꺼비의 눈높이로 본 로드킬

입력
2008.03.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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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을까? 운전 하다가 개구리라도 밟아봤으면 느꼈을 의문이다. 하지만 곧 잊는다. 질주하는 타이어의 가공할 무게는, 털 달린 짐승의 사체도 쉬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서 사라진다고 생명 자체가 누락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10년 가까이 야생동물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아 온 황윤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독립 다큐멘터리가 으레 그렇듯, 감독이 연출과 촬영을 맨손으로 해냈다. 치열한 문제의식과 그것을 파고드는 고집이 4대 3 비율의 스크린을 꽉꽉 메운다.

영화는 지리산을 둘러싼 세 개의 도로(88고속도로, 19번 산업도로, 섬진강변 2차선 도로)에서 ‘로드킬(Road Killㆍ야생동물 교통사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30개월 동안 총 길이 120km의 도로에서 발견된 로드킬은 모두 5,769건. 그것을 점으로 표시한 위치도는 그대로 지도가 된다.

치여 죽는 숫자만으로도 충격적인 영화는, ‘팔팔이’라고 이름 붙인 삵이 등장하면서 한층 드라마틱해진다. 88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채 죽어가던 팔팔이는 연구진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건강을 되찾는다. 추적장치를 목에 단 채 야생으로 돌아간 팔팔이는, 그의 영역 속에 얼마나 많은 도로와 “눈에서 불을 내뿜는 바퀴 달린 동물”이 있는지를 보여준 뒤 주검으로 발견된다.

자연 다큐멘터리에 흔히 삽입되는 내레이션이 이 영화엔 없다. 인간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시선으로 자동차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고라니와 두꺼비의 눈높이로, 카메라는 시속 130km로 내달리는 괴물을 바라본다. 27일 감독의 첫번째 자연 다큐멘터리인 <작별> 과 함께 개봉한다. 전체관람가.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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