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느 누가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변경해도 되는 불리한 계약을 맺고 싶어합니까. 신용카드 가입도 고객과 회사간 계약, 즉 약속입니다. 가입을 권유할 때는 갖은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중에 마음대로 없애거나 줄이는 잘못된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2006년 사법연수생 신분으로 '골리앗' LG카드(현 신한카드)에 소송을 제기,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 연달아 승소한 장진영(37) 변호사의 말이다.
장 변호사는 2005년 11월 사용금액에 따라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LG트래블카드에 가입했는데, LG카드가 다음해 3월 마일리지 적립 비율을 일방적으로 축소한 데 항의하다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카드는 1심에서 법무법인 지평, 2심에서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내세웠지만 연달아 패소했다. 1심에서는 카드사가 고객에게 가입 당시 약관 내 마일리지 축소 규정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가입 당시 약관에 마일리지 축소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드러났고, 결국 2심에서도 신한카드에 "축소됐던 마일리지를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신한카드는 17일 결국 상고를 포기하고 장 변호사와 비슷한 경로로 가입했던 트래블카드 회원 1만여명에게 축소했던 마일리지를 돌려주겠다고 밝혔으나 장 변호사는 18일 "전체의 10분의1 정도인 일부 고객에게만 마일리지를 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인 '마일리지 권리 찾기 운동본부'(cafe.daum.net/travelcard)를 통해 피해자 소송 참가 신청을 받고 있는 그는 "거리 가입자의 경우 신청서에 '부가서비스 변경 가능'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모집인으로부터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1심 판결에 따라 카드사가 혜택을 변경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특히 이번 판결이 항공마일리지뿐 아니라 주유 할인 등 애초에 약속했던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없애는 카드사들의 횡포에 대항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 2월부터 카드사들이 약관에 '부가서비스 변경 가능' 조항을 넣기 시작했다"면서 "그 이전에 가입했거나 이후 가입했더라도 해당 조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카드의 혜택이 축소됐을 때 회복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각종 혜택을 주는 카드를 판매했던 카드사들이 올 들어 잇따라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부가서비스 변경 가능 조항이 약관에 있고 이를 가입자에게 설명했으니 카드사들이 임의로 혜택을 축소해도 가입자는 할 말이 없는 것일까.
장 변호사는 "이동통신 회사들은 특정 요금제를 폐지하더라도 기존 고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지 않는 반면 카드사는 관행과 약관을 근거로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데 이는 카드 가입을 '계약'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가서비스 변경 가능 조항은 피치 못할 경우에 한해서 적용돼야 일반적 상도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인기리에 판매된 '하나 마이웨이 카드'의 경우 파격적 혜택을 내세웠음에도 유효기간까지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마이웨이 카드처럼 소비자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카드사들의 새로운 관행으로 정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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