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드디어 공격을 개시했다. 침묵이 길었던 만큼, 공격의 강도도 비교적 강했다. 이른 새벽 대책회의에 이은 구두 개입, 그리고 장 중 실제 매도 개입까지. 당국의 공세를 받은 시장은 일단 한 발 물러서며 진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것은 싸움의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의 성장 우선적인 환율 정책 스탠스가 유지되고 있고,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는 한 환율 천장을 다시 뚫으려는 시장의 시도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가 부담스러웠을까. 원ㆍ달러 환율이 12일 연속 100원 가까이 치솟는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전날까지와 달리 18일 정부의 움직임은 긴박했다.
이날 새벽, 청와대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금융시장 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 직후, 정부는 즉시 구두 개입을 단행했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최근의 빠른 환율 상승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상보다 실제 매도 개입 시점도 빨랐다. 시중은행 한 외환 딜러는 “구두 개입 후 하락하던 환율이 다시 1,030원벽을 뚫었지만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물이 대거 유입됐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데 적절한 개입 시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후속 조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일 오전 최중경 재정부 1차관,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이승일 한은 부총재 등 차관급이 참석하는 경제ㆍ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한편, 재정부와 한은 공동으로 외환시장 일일 상황 점검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당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재정부와 한은 등을 통해 청와대 금융비서관실로 실시간 전달되는 환율 정보를 김중수 수석으로부터 직접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최근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부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도 실시간 보고를 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가 확인된 만큼 당장은 시장의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속도 조절에 있을 뿐, 환율의 완만한 상승까지 막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이 1,030원대에서 개입 의지를 보인 만큼 당분간 환율은 미국 경제 상황에 따라 1,010~30원 사이에서 큰 폭의 등락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한 만큼 계기가 주어진다면 다시 고점 돌파를 시도하며 정부와 일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