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조만간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세계 컴퓨터(PC) 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미국 델(DELL)사의 마이클 델(44) 회장이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델 회장은 1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젠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그린IT' 도입을 서둘러야 할 때"라며 닥쳐올 에너지 부족 현상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델 회장은 특히 "우리는 불필요한 전력을 쏟아가며 복잡한 절차를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많은 전력량이 요구되는 IT 업계에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고객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도전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폭증하는 디지털 데이터량을 예로 들었다. 델 회장은 "현재 10억명 수준인 인터넷 사용자들이 4~5년 내 20억명까지 급증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10년에는 인터넷을 통해 생산되는 디지털 데이터량이 1제타바이트(1조1,000기가바이트)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관점은 회사 경영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델은 자사가 생산하는 PC와 모니터에 절전기능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21억달러 가량의 에너지 비용을 줄였다.
델 회장은 "성능이 좋은 제품의 경우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도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서 "우리는 고객들을 위해 비용이 낮으면서도 효율이 높은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 9,000대의 델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연간 9억5,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델사는 친환경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무료 재활용 프로그램도 실시 중이다. 지금까지 중국과 홍콩,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호주, 태국 등에서 1,133톤에 달하는 PC를 재활용했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PC 1대를 팔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는 '나를 위한 나무 한 그루 프로젝트'도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다.
'탄소 중립'은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등장한 용어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만큼 나무를 심거나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투자하자는 운동을 가리킨다.
델 회장은 "앞으로도 화학 성분을 최대한 배제한 친환경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탄소 중립을 구현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사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부진했지만, 작년 4분기 PC시장에서 19%의 성장세(매출 610억달러)를 보인데 힘입어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델사는 이를 발판으로 휴렛팩커드에 내준 세계 1위 자리도 조만간 되찾아온다는 계획이다.
4년 만에 방한한 델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이상완 LCD총괄 사장,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기업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만나 LCD 패널 공금 문제 등을 포함한 협력 확대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마이클 델 회장은
1984년 '고객과 직접 관계를 구축한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자본금 1,000달러로 자신의 이름을 딴 PC업체 '델'(DELL)을 설립했다.
1992년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렸다. 2004년 케빈 롤린스에게 사장 직을 넘겨주고 물러났으나, 7년간 세계 PC 시장에서 지켜왔던 1위 자리를 휴렛팩커드(HP)에 내주는 등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2007년 1월 다시 CEO로 복귀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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