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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신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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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신의 아들

입력
2008.03.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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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펜스 / 이산

1853년 3월 19일 훙슈취안(洪秀全ㆍ1814~1864)이 이끄는 수십만의 태평천군이 마침내 난징(南京)의 성벽을 무너뜨렸다. 열흘 후 훙슈취안은 천왕(天王)의 복장을 갖추고 정식으로 입성했다. 이후 11년간 난징은 태평천국의 수도였다. 훙슈취안이 1851년 1월 청조 타도와 평등한 지상천국 건설을 내걸고 1만여명의 추종자와 봉기한 이후 그의 사망과 함께 태평천국이 멸망하기까지 13년간, 무려 2,000만명 이상이 전투와 기근으로 목숨을 잃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를 초래한 사건, 태평천국의 난이다.

조너선 스펜스(72)의 <신의 아들> 의 책 제목은 바로 훙슈취안이다. “그는 자신이 예수의 동생이며,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정복자인 만주족 요괴들을 중국에서 제거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믿었다.” 저자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한두 마디로 배운 대규모 농민반란이라거나, 반봉건ㆍ반식민의 원(原) 사회주의 운동이라는 중국 당국의 공식적 시각과는 확연히 다르게 태평천국을 서술한다.

4번씩이나 과거에 낙방한 농사꾼의 아들이 자신의 한 조각 환몽과, 얼치기 번역으로 성서를 소개한 책 한 권으로 어떻게 중국 대륙의 절반을 지배하는 변혁운동을 이끌 수 있었는지를, 훙슈취안의 ‘마음에 철저하게 초점을 맞추고’ 추적한다. 한 줄의 가공도 없는 역사서이지만, 그 묘사는 문학이다. 마치 잘 쓴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훙슈취안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지상천국 건설의) 염원에 진실한 열정이 담겨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그 대가를 그다지 주의 깊게 계산하지 않음으로 해서 역사의 고통은 시작된다.”

미국의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예일대 석좌교수인 조너선 스펜스는 엄밀함을 추구하는 역사학자이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 중국을 찾아서> <반역의 책>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등 한국에도 10여 종의 책이 번역됐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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