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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이코패스

입력
2008.03.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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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전남 보성 앞바다의 '70대 어부 연쇄살인'을 기억한다. 20대 남녀가 익사체로 발견됐고 이어 여대생 2명이 주검이 되어 물 위에 떠올랐다. 연인과 친구 사이로 밝혀진 4명의 젊은이가 여름휴가를 왔다가 실족했거나 동반 투신한 것으로 보였다.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폰 덕분에 '엽기적 살인'이 확인됐고, 여죄를 추궁하다 '연쇄 살인'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법원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가해자에게 "피해자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됐다며 자신의 행동을 운이나 팔자소관으로 여기고 있다"며 "사회로부터 영원한 격리(사형)"를 선고했다.

■영화 <추격자> 의 소재가 된 '유영철 엽기살인(2003~2004)'도 생생하다. 확인된 피살자만 21명으로, 정부수립 이후 최대의 연쇄살인이었고, 범행동기나 검거 후 언행으로 보면 단군 이래 가장 희귀한 범인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 여자들이 미워 그랬는데 어쩌라고" 식의 변함없는 진술로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어 2006년까지 13명을 희생자로 삼은 '정남규 충동살인'은 영화 <검은 집> 에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담배를 피우고 싶듯 살인충동을 느꼈다"는 그의 진술에 변호사마저 "선처해 달라면 오히려 (내가)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ㆍ정신병질자)'다. 넓게는 심리적 분야겠지만 엄연히 의학적 질병이다. 감정을 지배하는 뇌의 전두엽이 일반인보다 현격하게 작거나(20% 미만) 공격억제 호르몬(세라토닌)이 적게 분비된다. 전두엽 기능저하는 유전적으로 왜소한 경우이거나, 후천적으로 세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요인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사고로 뇌를 다쳤다거나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감정 변화가 무디어져 남의 반응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쉽게 말해 '자기 중심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정도가 될 것이다.

■안양 초등학생 유괴ㆍ살해사건의 용의자도 사이코패스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는 주된 이유는 '피도 눈물도 없이' 가학적 행동을 하려면 상대가 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치의 히틀러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살인자들은 오히려 숫자가 적다.

사이코패스에는 어린이도 있다. 잠자리를 생포해 맨손으로 해부한다거나, 다쳐 쓰러진 강아지에게 계속 돌멩이를 던지는 행동도 초기 증상으로 의심된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많은 진단과 처방이 나오고 있듯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사회적 관찰과 관심을 늘려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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