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당권 경쟁 구도가 벌써 형성되는 모양새다. 7월 전당대회 때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주자가 적지 않아 물밑 경쟁은 이미 점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당권 향배는 4ㆍ9 총선 결과에 밀접히 연관돼 있어 상황은 극히 유동적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이 의원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의 도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3일 그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이 ‘이재오 대표론’을 꺼내 한차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여기에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본격 가세했다. 정 최고위원은 18일 라디오에 출연, “전당대회가 (7월에) 있다. 기반이 없지만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사실상 당권 도전 뜻을 밝혔다. 그는 “전대는 대표 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고 최고위원도 뽑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되도 좋고, 한 사람(대표)이 되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동작을 출마를 택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강재섭 대표의 재출마설도 나온다. 향후 당권경쟁 과정에서 이른바 ‘대안 부재론’이 불거질 경우엔 그의 재출마 가능성도 많다. 박근혜 전 대표도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지만 마땅한 대타가 없다는 점에서 본인이 직접 도전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출마여부나 당권 향배는 총선 결과에 온전히 달려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둔다면 당권 구도는 일단 ‘이재오-정몽준-박근혜측 인사’ 형태의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의원은 공천에서 자신의 계보 인사들을 상당수 챙긴데다, 이명박 정부 실세인 만큼 총선 승리는 이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 줄 수 있다. 물론 이 의원의 당선이 전제돼야 한다.
정 최고위원 역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꺾는다면 취약한 당내 입지 보강과 함께 나름대로 도전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측도 세력이 과거보다는 약해지겠지만 밀리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도 중요 변수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반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우선 이재오 의원은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 공천 실패의 책임론에 직면하게 되며 강 대표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약화된 당내 세력을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의원들이 상당수 당선된다면 박 전 대표측은 당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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