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長野)현 이다(飯田)시 남쪽에 있는 덴류무라(天龍村)는 산중 마을이 점점이 흩어진 전형적인 산촌이다. 이 지방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지난해 4월말 현재 50.6%. 일본은 고령자 비율이 50%를 넘으면 ‘한계부락’으로 분류하지만 이 곳은 지역 전체가 ‘한계’ 상황에 처해있다. 지방행정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말고는 일할 곳도 없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일본 촌락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계부락이 줄을 이으면서 지역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자 일본 정부가 인구 5만 이상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공생권을 만드는 ‘정주자립권(定住自立圈)’ 구상을 내놓았다.
1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월 정주자립권구상연구회를 만들어 한계상황에 직면한 지역 촌락과 지방 중소도시를 연계하고 이 생활권을 대도시가 중심이 된 고밀도정주자립권과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구 5만 이상으로 대형 슈퍼마켓과 고등학교, 병원, 일터를 갖춘 중소도시와 주변의 촌락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주변 읍면에서 중심도시로 1시간 정도에 오갈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개선, 현재의 주거지를 떠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주자립권은 대학이나 첨단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있는 대도시 중심의 고도정주자립권과 또 연계된다.
대표적인 모델이 나가노현 남부의 이다시와 주변 14개 마을을 엮은 인구 17만4,000명의 지역자립권 미나미신슈(南信州) 구상이다. 미나미신슈의 특징은 경제권, 생활권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외지에 본사를 둔 공장을 유치하려고 애쓰기보다 지역 내에 본사를 두고 거기서 상품을 개발해 브랜드화하는 자립구조를 우선시한다. 특산 농산물을 다루는 통신판매회사가 대표적이다. 이다시는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가족을 데려와 정착하도록 직접 상담에 나선다. 그 결과 2006년 2월 상담 시작 이후 2년 동안 112명이 외지에서 이주해왔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구상을 내놓은 것은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한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 이외의 대도시마저 인구가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이동 바람이 거셌던 60, 80년대에는 수도권뿐 아니라 오사카(大阪)권, 나고야(名古屋)권 등 3대 대도시권으로 물밀듯 인구가 유입됐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집중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립권 구상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미나미신슈의 경우 지역 고교를 졸업한 학생 10명중 8명이 고향을 떠났으며 절반은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인구 3,000명 규모의 마을 2곳이 지역권에 추가됐지만 전체 인구는 오히려 3,764명이 줄었다.
주변 마을을 관할하는 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자립권 중심도시를 오가는 버스를 운행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중심도시가 충분한 일터와 의료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계속 주시해야 할 과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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