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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초대 방통위원장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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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초대 방통위원장이 해야 할 일

입력
2008.03.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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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후보자가 위원장 직에 내정된 직후부터 자격시비가 끊이지 않았는데, 결국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예에서 보듯 이 대통령은 최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어떠한 간섭과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마땅히 견지해야 할 태도라고 보지만,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나아가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청문회장에서의 굳은 다짐만으로 쉽게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최 후보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가치들을 수호할 굳은 각오가 되어 있다면,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비전을 갖춘 방송통신위원 선임을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지난 1, 2, 3기 방송위원회의 방송위원 인선은 거듭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그 이유는 매번 철저히 정파성에 따른 나눠먹기식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인선을 배제하고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네 명의 방송통신위원을 선임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번에 통합민주당이 처음 가동한 추천위원회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비록 막판에 추천위원들을 갑자기 교체함으로써 원래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긴 했지만, 공모를 한 뒤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추천위원회에서 심사를 해 추천하는 방식은 분명히 예전의 밀실 인선보다 진일보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둘째, 방송위원회와 정통부의 화학적 융합을 빨리 이뤄야 한다. 공무원 신분으로의 전환과 직급이 확정되지 않은 방송위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통합된 조직에서 수적으로도 두 배 이상 많은 정통부 엘리트 관료들에게 휘둘리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루 빨리 불식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인적ㆍ제도적 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방통융합정책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셋째, 미래 미디어산업의 핵심 아젠다를 설정한 뒤, 중ㆍ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집행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방송통신업계에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나 MBC와 KBS 2TV의 민영화 논의뿐 아니라 IPTV 도입, 디지털 전환, 중간광고 허용 등 매우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나 MBC와 KBS 2TV의 민영화 문제가 최 후보자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일방적인 정치논리나 산업논리를 앞세워 특정 언론사나 특정 산업에 유리한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한미 FTA 이후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지상파 공영방송이 갖는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정당한,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평가의 기초 위에서 정책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미디어산업의 영역에서도 탈규제 바람이 불 조짐인데, 어떤 미디어 관련정책이든 최후의 정책목표는 수용자 복지의 증진과 수용자 주권의 보호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디어는 단지 산업이나 테크놀로지 혹은 플랫폼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문화'다. 방송통신위원장은 경제논리나 기술중심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항상 문화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의 문제를 고민하는 문화주의자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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