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CNN뉴스를 보고 난 뒤에야 잠을 청한다고 한다. 치솟는 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등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ㆍ경제뉴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조간의 경제면과 국제면을 펼쳐 든다고 한다. 지금의 불안한 세계경제 상황이 우리에게 최대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장ㆍ차관 워크숍에 이어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잇달아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날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는가 하면 이날은 “어쩌면 세계위기가 시작된다는 생각도 든다”는 한층 긴장된 언급을 했다.
이 대통령의 고민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고(高)에 의한 경기침체 우려’라고 요약한다.
급등하는 유가, 환율, 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부자마저 지갑을 닫게 되면 결국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책 집행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도 고민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유가가 올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현실화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다. ‘경제살리기’로 집권하고서 경제난에 허덕인다면 민심은 돌아설 게 뻔하다. 대운하 건설은 물론 ‘MB노믹스’의 각종 정책들이 동력을 잃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일단 돌파구를 공직사회의 발상 전환으로 잡고 있다. 어려운 대외여건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일, 즉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대한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위기론 강조를 놓고 “정치적 복선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위기론이 실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굳이 이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이번 총선에서 안정론이 먹히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런 시각에 어이없어 하며 “오늘도 이 대통령은 밤 잠을 안자며 CNN의 경제뉴스를 보고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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