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마지막 남은 신흥시장인 아프리카 정복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휴대폰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일부 국가에선 CDMA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미국식(CDMA)과 유럽식(GSM)을 모두 합쳐 남아프리카공화국 26%, 모로코 17%, 나이지리아 10.9%, 튀니지 19% 등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모두 늘었으며, 특히 모로코와 나이지리아는 2배 이상 성장했다.
LG전자는 CDMA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수단에서 고가 휴대폰인 ‘초콜릿폰’과 ‘뷰티폰’을 앞세워 70만대를 판매, CDMA 휴대폰 시장의 50%를 점했다. 모로코에서도 CDMA 휴대폰 120만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30%로 노키아(35%)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3만대를 판매한 전년 대비 5배 가까운 성장세다. LG전자는 지난해 두 나라를 포함, 아프리카에서만 CDMA 휴대폰 230만대를 팔았다. GSM을 포함한 LG전자의 전체 휴대폰시장 점유율은 모로코 22%, 수단 10%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아프리카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시장 특징을 정확히 간파한 특화폰 개발과 가전제품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80%를 점할 정도로 막대형(바) 휴대폰을 선호하는 아프리카 특성에 맞춰 ‘C140’ ‘C160’ 등으로 현지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또 전력 공급에 문제가 많고 휴대폰 도난이 잦은 현지 상황을 감안, 비상용 손전등과 도난예방 기능 등을 휴대폰에 탑재해 인기를 끌었다.
가전과 축구 마케팅도 큰 힘이 됐다. LG전자는 아프리카에서 강세인 에어컨을 앞세워 휴대폰을 함께 홍보하는 동반 마케팅을 시도했다. 수단에서는 LG정유(현 GS칼텍스)가 정재시설을 통째로 수출한 인연 덕분에 휴대폰시장을 손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아프리카 최대 축구대회인 ‘네이션스컵’을 후원했다. 공식 후원업체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매 경기마다 공정한 경기를 펼친 선수를 뽑아 ‘삼성 페어플레이상’을 시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은 인도 중국은 이미 시장이 만개한 상황이고, 중동과 아프리카는 이제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전세계 휴대폰 업체들이 중동과 함께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노키아의 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키아는 남아공, 모로코, 튀니지, 나이지리아 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58.8%), 튀니지(67%) 등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노키아는 상표 인지도 덕분에 아프리카에서도 강자”라며 “특화폰 등으로 노키아의 인지도를 뛰어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올해 아프리카에서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막대형에서 슬라이드, 폴더 등 다양한 형태로 휴대폰 종류를 확대할 방침이며, LG전자는 뷰티폰 등 고가폰 판매 확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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