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도 술 마시는 방법의 하나일 뿐인데 기분 나쁠 리 있겠습니까.”
세계적인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의 5대 마스터 블렌더인 샌디 히슬롭(42ㆍ사진)은 15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스키를 맥주와 섞어 먹는 한국의 폭탄주 문화에 대해 “괜찮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히슬롭은 힉스와 구디 두 명의 마스터 블렌더에게 블렌딩을 전수 받은 유일한 인물. 그래서 그의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180년 전통의 발렌타인 위스키의 향미를 지키는 수호자인 만큼 위스키에 대한 자긍심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스페인에서는 발렌타인 위스키의 95%가 콜라와 섞어 먹는 방식으로 소비된다”며 “각국마다 다른 술 문화가 존재하는 만큼 마시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스키에 가장 적합한 음주법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스트레이트든, 언더락(얼음+위스키)이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마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위스키에 물을 약간 넣으면 위스키 고유의 향을 쉽게 느낄 수 있다”며 “위스키와 물을 7대 3 정도로 섞어 마시는 것도 좋다”며 자신의 음용법을 소개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위스키에 대한 오해도 풀어줬다. 위스키 색깔이 진하다고 오래된 것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 그는 “통상 색깔이 짙은 게 오래된 것은 맞지만 제조과정에서 사용한 오크통과 오크통 안을 불태우는 정도에 따라 색깔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미국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맑은 색이 배출되는 반면, 유럽 오크통에서는 짙은 색이 배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오크통 안을 많이 태우면 색깔이 진해지기 때문에 오래된 위스키를 찾으려면 색깔보다는 짙은 향기와 미묘하면서도 복합적인 맛을 내는 걸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렌타인 원액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스코틀랜드 전역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장만한 123개의 저장고가 있다”며 “단 숙성과정에서 매년 100만병 정도의 위스키가 자연적으로 증발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임무는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예전부터 전해오는 맛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소개한 뒤 “블렌더의 자질은 위스키에 대한 헌신과 끈기, 맛을 감별하는 본능과 직관”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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