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티베트 사태/ 티베트 망명정부·中·美 3각 딜레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티베트 사태/ 티베트 망명정부·中·美 3각 딜레마

입력
2008.03.17 18:28
0 0

■ "달라이 라마 중도노선 재고를"폭력 앞에선 무력한 '비폭력'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이 도전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탱크와 화기에 시위가 무력 진압되는 것을 지켜본 일부 티베트인들이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티베트 독립운동단체인 ‘티베트 청년회의’의 체왕 리그진 회장은 17일 “달라이 라마의 중도 노선으로 티베트인들 사이에 좌절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달라이 라마의 노선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와 6년 동안 대화했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며 “달라이 라마의 중도 노선이 재고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는 1950년 티베트 독립운동 시위를 중국군이 유혈 진압하자 인도로 피신한 뒤 티베트 완전 독립을 주장했으나 80년대 이후 중국의 현실적 지배권을 인정하고 외교, 군사권을 제외한 자치권 회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 같은 비폭력 중도 노선으로 89년 노벨 평화상을 받는 등 개인적 영예를 안았으나, 중국 정부의 진압을 계기로 비판의 목소리가 티베트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16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슬프고 불안하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가 이날 “중국 정부가 시위를 무력 진압한 것은 테러에 의한 지배이자 문화적 학살”이라며 중국 정부를 거세게 비난하면서도, 티베트인들이 시위 과정에서 중국 경찰을 흉기로 찌르고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의 폭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미 abc 방송은 달라이 라마가 이번 사태로 비폭력 노선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티베트인들의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中, 올림픽·소수민족 동향에 촉각/ 美, 목소리 낮춘채 "대화" 주문만

10일부터 1주일간 이어진 티베트 유혈 시위 사태에 중국과 미국은 과거와 사뭇 다르게 대처하면서 각기 갖고 있는 '티베트 딜레마'를 표출했다.

과거 티베트 소요 사태에서 고강도의 진압을 폈던 중국은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척 의식하고 있다. 1989년 이후 19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유혈 사태인데도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고 가급적 경찰, 무장경찰 병력 위주로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 61명이 부상한 것도 방어성 진압에 주력한 흔적으로 보인다. 올림픽 성화 봉송을 2주일 앞두고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강경 진압을 했다가 올림픽 보이콧 등의 역풍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압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에 출범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2기에 적지않은 주름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국 당국은 조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다른 소수 민족의 독립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어 최대한 신속히 대응해야만 하는 처지다.

미국은 중국의 자제와, 중국과 달라이 라마의 대화를 요구하는 온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올림픽이 스포츠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89년 티베트 봉기 등 과거와는 분명 다른 자세다.

이런 태도는 90년대 미국의 대 티베트 정책이 독립을 지지하는 듯한 강경한 스탠스에서 한발 물러선 데 따른 것이다. 망명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조차 독립노선을 포기한데다 중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된 상황을 감안한 정책 변화였다. 결국 미국에게 티베트 문제는 '인권'문제로 국한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이번 사태에서 유럽보다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