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에 위기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올해 공연이 예정된 뮤지컬은 150여편으로 가장 호황이었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풍성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뮤지컬 제작사 대표들이 공공연히 뮤지컬계의 위기를 언급하는가 하면 조만간 프로듀서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의 공연이 취소되면서 급작스럽게 7월 LG아트센터 무대에 뮤지컬 <갬블러> 를 올리게 된 제작사 신시뮤지컬컴퍼니는 배우 섭외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데뷔 2,3년차에 불과한 젊은 배우들에게 출연을 제안했지만 이미 다른 작품에 캐스팅된 상태여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갬블러> 사운드>
한국 뮤지컬계 특성상 몇몇 인지도 있는 배우들에게만 출연 문의가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부 정상급 배우들의 천정부지로 치솟은 출연료가 뮤지컬 발전의 큰 부담이 된지 오래다. 제작자들은 배우들이 작품의 지명도나 제작비 규모에 상관 없이 무턱대고 높은 개런티를 요구한다며 노골적으로 불평을 늘어놓는다.
올해 초 한 뮤지컬 제작자의 배우 폭행 사건 이후 프로듀서들의 불만이 한층 높아졌다. 피해자측인 배우들이 공연을 담보로 합의금조의 거액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해당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캐스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한 유명 뮤지컬 배우가 만취 상태로 무대 인사를 해 사태도 발생했다.
제작자와 배우 사이의 폭행 사건은 원인 제공의 우선적인 책임이 제작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최근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의 이 같은 행보를 지켜보는 뮤지컬 관계자들은 “배우들이 몸값이 올라가면서 뮤지컬계가 주목을 덜 받았던 시절의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뮤지컬 <햄릿> 의 프로듀서인 이철주 피엠지네트웍스 부사장은 “뮤지컬 배우에 대한 영화나 TV매체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다 산업화 논리로 해석하는 경향이 커 제작사들의 출연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큰돈을 받는 주요 배역의 배우와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앙상블로 양극화된 개런티 체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햄릿>
영화계의 <쉬리> 처럼 소비자의 폭발적 수요를 이끌어 내는 창작 뮤지컬의 ‘킬러 콘텐츠’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뮤지컬계 위기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해 대형 창작 뮤지컬 <대장금> <댄싱 섀도우>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놓으면서 올해는 대형 창작 뮤지컬의 제작이 뜸한 상태다. 댄싱> 대장금> 쉬리>
한국 뮤지컬계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 이후 크게 성장했지만 열기를 계속 이어갈 창작 뮤지컬의 킬러 콘텐츠는 요원해 보인다. 오페라의>
자연히 한국의 뮤지컬계를 이끄는 것은 외국 작품의 대본과 음악을 사서 제작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이 역시 비용 상승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티켓 판매의 10~12%선에 머물렀던 저작권 비용이 최근 2,3년 사이에 15~20%까지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뮤지컬 산업을 시장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너도나도 뮤지컬 제작에 나서면서 수준이 낮은 작품이 늘었다”면서 “무질서와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제와 지원을 맡을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프로듀서들이 발표할 성명에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창작 뮤지컬의 대관을 일정 기간 이상 보장하는 ‘스테이지 쿼터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금 혜택이나 대관료 지원, 창작 지원책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프로듀서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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