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과 명상으로 상징되는 불교가 아시아 곳곳에서 적극적 사회 참여의 종교로 변신하고 있다.
17일 외신들에 따르면 티베트 유혈시위에서 불교 승려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아시아에서 번지고 있는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의 성난 불교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치구호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며, “이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태국과 스리랑카 일부 지역에서는 믿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이교도에 대항해 무기까지 들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가장 조용한 종교로 꼽히던 불교 신도들이 일부나마 다른 종교의 원리주의자와 같은 경직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위크의 지적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불교가 최근 사회참여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 신도인 태국에서는 승려의 정치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탁신 치나왓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데는 ‘산티 아소케’라는 소규모 불교 종파와 연관된 무장조직 ‘다르마군(軍)’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르마군의 지도자는 방콕 시장을 지내며 ‘미스터 클린’으로 널리 알려진 잠롱 스리무앙이다. 힌두교도가 절대다수인 인도에서 카스트제도 최하층 계층인 ‘달리트(불가촉천민)’들에게 불교는 ‘수천년 이어져온 억압을 깨뜨릴’ 해방의 종교다. 달리트 계층은 지난 10년간 100만명 이상이 집단적으로 불교로 개종한 뒤 대중사회당(BSP)의 깃발로 모여들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총선에서는 인도에서 가장 큰 우타르 프라데시주(州) 주의회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미안마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도 불교 승려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스리랑카에서는 불교도가 극우정당인 민족유산당(JHU)을 이끌며, 타밀지역 힌두교반군에 대한 강경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대다수 불교도는 여전히 정치세력화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진력하고 있다. 베트남 공산정부에 의해 추방된 후 서방세계에서 큰 명성을 얻은 틱낫한의 ‘참여불교’ 운동이 대표적이다. 힌두교 반군들과의 긴장이 높은 스리랑카에서는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라는 불교단체 회원들이 종파를 초월한 반전시위를 개최하며 대중의 지지를 넓히고 있다.
대만의 츠지(慈濟)운동은 자체 TV방송국과 간행물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타적 삶의 기쁨을 전하며, 전세계적으로 1,000만명의 추종자를 이끌어냈다. 독특한 유니폼 때문에 ‘푸른 천사’로 불리는 츠지 구호대원은 2004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피해자들을 도왔고, 2005년에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 원조활동을 벌였다. 이처럼 비정치적인 성향 덕분에 츠지는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활동범위를 중국 본토로 넓히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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