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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앞두고 日공연 BBC필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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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앞두고 日공연 BBC필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

입력
2008.03.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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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박지성으로 유명한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 이곳은 ‘해가 지지 않는 음악 제국’으로 불리는 BBC 산하 5개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BBC 필하모닉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1926년 창단된 BBC 필은 2002년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44)의 취임을 계기로 중소도시의 오케스트라에서 영국의 주요 오케스트라로 비약적 발전을 했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전곡의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실시, 클래식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첫 번째 내한공연에 앞서 일본 투어 중인 BBC 필의 수석지휘자 노세다를 15일 오사카 페스티벌홀에서 미리 만났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정명훈에게 지휘를 배운 적이 있는 그에게 한국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1994년 이탈리아 시에나 음악원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정명훈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의 리허설을 구경하러 라스칼라에 자주 가곤 했죠.”

그의 또 한 명의 스승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을 이끄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게르기예프의 눈에 띄어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발탁되기도 했던 그는 게르기예프로부터 사운드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사운드는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했어요. 음악을 만들어내기 전, 지휘자의 마음 속에 먼저 음악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휘자는 결코 차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관현악은 실내악의 확장이라는 것. 이런 믿음처럼 처음 BBC 필을 맡았을 때도 그는 단원 물갈이 같은 급작스런 방법보다는 점진적인 방법을 택했다. “단원을 교체하면 즉각적으로 수준을 올릴 수 있겠죠. 하지만 나의 선택은 현재 단원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노세다는 “맨 먼저 단원들에게 한 말은 ‘서로의 소리를 들어라’는 것이었다”면서 “음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개인이 아닌 파트가 연주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더니 현악 파트부터 차츰 소리가 달라졌다. 현재 BBC 필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페스티벌홀에서는 2,700석이 가득 찬 가운데 BBC 필의 공연이 시작됐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요정의 입맞춤> 디베르티멘토에 이어 미국의 미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협연했다. 한은 ‘얼음공주’라는 별명처럼 폐부를 찌르는 듯 깊고 날카로운 선율로 북구의 서정을 정확하게 그려나갔다.

춤을 추듯 열정적인 제스처로 BBC 필을 이끈 노세다는 힐러리 한이 앙코르로 바흐 무반주 소나타 2번 안단테를 연주할 때는 오케스트라 맨 뒷줄에 앉아 관객들과 함께 감상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격동하는 리듬으로 청중을 흥분시키는 베토벤 교향곡 7번. 1악장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한 음악은 4악장 들어 최고조에 이르렀고, 노세다는 불꽃을 펑펑 터트리기 보다는 더블베이스 라인을 강조하는 안정적인 연주로 밸런스를 잡았다.

유연성이 장점이라는 노세다의 말처럼 곡마다 다른 면모를 보인 BBC 필의 연주에 ‘브라보’와 박수가 쏟아졌고, BBC 필은 베토벤의 <축하 미뉴에트> 로 답례했다.

BBC 필은 25일 예술의전당에서는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을 연주한다.

21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을 비롯해 22일 대전, 23일 김해, 26일 구미도 찾아간다. 통영에서는 힐러리 한, 대전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한국명 양희원)이 협연한다. 공연 문의 (02) 599-5743

오사카=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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