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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사랑의 기술

입력
2008.03.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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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 문예출판사사랑하고 싶은가 배우고 훈련하라

1980년 3월 18일 독일 태생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80세로 사망했다. 유대인으로 22세 때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에서 일하던 프롬은 나치가 등장하자 1934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네오마르크시즘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결합, 현대 자본주의의 ‘사회적 성격’을 해명하려 한 그의 사회심리학은 20세기의 주요한 지적 흐름의 하나다.

나치즘 등 파시즘 대두의 원인을 마조히즘과 사디즘의 결합에서 찾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1941), 물질적 탐욕에 지배되는 ‘소유의 양식’에서 창조적 삶의 희열을 추구하는 ‘존재의 양식’으로 인간내면의 해방과 사회구조의 변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소유냐 존재냐> (1976) 등 그의 많은 저작은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도 널리 읽혔다.

<사랑의 기술> (1956)은 일정한 대중성을 가진 프롬의 저작들 중에서 여전히 널리 읽히는 책의 하나다. 사랑이라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프롬은 사랑은 기술(art)이라고 말한다.

“사랑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사랑하는 능력을 획득하는 데는 음악이나 의학, 공학을 배우는 것처럼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해야만 사랑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기술이 ‘작업의 정석’이나 ‘연애의 기술’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그는 사랑하는 능력의 결핍이 개인 뿐 아니라 사회에 파시즘과 같은 파괴성을 가져온다고 본 것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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