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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자 신임 국사편찬위원장/ "국사는 자존의 뿌리… 대중화에 온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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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자 신임 국사편찬위원장/ "국사는 자존의 뿌리… 대중화에 온힘"

입력
2008.03.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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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요즘처럼 새삼스럽게 들릴 때가 없습니다. 역사란 바로 그런 뿌리와 같은 것입니다.”

1948년 국사관으로 출범한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60년 역사상 첫 여성위원장으로 부임한 정옥자(66) 신임 국편위원장은 “역사의 대중화에 가장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조선후기 문화사를 전공한 정 위원장은 81년 서울대 국사학과의 첫 여성교수로 부임해 18세기의 문화적 의미를 재조명했고, 99~2003년 규장각 관장으로 일하며 규장각 증축과 역사정보시스템 자료구축에 힘을 썼다. 학자와 행정가로서 능력을 모두 인정을 받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유력한 국편위원장 후보로 꼽혀왔다.

세계화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공무원 시험에서 국사가 없어지고, 수능시험에서도 국사 폐지론이 불거지는 등 국사교육의 위기시대에 국편의 수장에 오른 만큼 각오도 새롭다. 정 위원장은 “세계화 시대는 오히려 국사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세계화 시대는 우리 정체성에 대해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강자에 먹힐 수 밖에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우선 역사자료의 데이터베이스(db)화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역시) 활성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는 모두 그가 강조하는 역사 대중화와 관련이 깊다. 특히 고전번역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전의 데이터베이스화는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될 당면과제다. 가령 그는 과거 궁중암투 일색이었던 궁중드라마가 요즘 <이산> 처럼, 군왕의 정책을 다룰 정도로 수준이 높아진 것은 90년대말 <조선왕조실록> 이 국역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편 내부적으로는 근ㆍ현대사 분야의 조직과 사업을 줄일 생각이다. 정 위원장은 “국사는 우리 자존심의 뿌리이며, 국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피침 위주의 근ㆍ현대사에 편향되다 보면 역사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저항ㆍ투쟁적인 시각이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편에서도 전임위원장(이만렬, 유영렬)의 전공 때문에 근ㆍ현대사 분야의 조직, 사업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진단하며 이 분야에 대한 수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정권에 진행됐던 과거사청산작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전 정권의 일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방법이 조급했다”고 비판했다. “장지연 같은 분의 친일 논문 한편을 발견했다고 그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우리에게도 칼날이 되는 자학행위 아닐까요.” 친일파 같은 경우 장기간 자료수집을 한 뒤 신념에 따른 친일파, 소극적인 친일파, 생존형 친일파 등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구분해 신중히 평가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했기에 그 의도에 대해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새 정부의 이념인 실용주의가 무분별한 실용주의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실용주의지만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명분만 내세우면 남한테 이용당할 수 있는 반면 실리만 추구하면 국격(國格)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의무는 다해가며 기준과 원칙에 의한 실용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정 위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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