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혜택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혜택을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해서 돌려줘야 할 지 걱정입니다.”
경찰 창설 63년 만에 ‘첫 부부 총경’이라는 명예를 얻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 김해경 경정(49)은 17일 승진에 대한 기쁨보다도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더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김 경정은 이날 경찰청이 발표한 총경 승진 예정자 62명에 이름을 올리면서 남편인 현재섭 경북 경산경찰서장(45)과 함께‘경찰의 꽃’이라는 불리는 총경 자리에 오르게 됐다. 김 경정의 승진으로 현직 여성 총경은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 경정의 승진은 밖에서는 경찰 집에서는‘아내, 엄마, 며느리’등 1인 4역을 해내면서 이뤄내 것이라 더욱 값지다. 남편 현 서장도 “지방에 내려와 있는 저 대신 집안 일과 아이들 교육까지 두루두루 챙기면서 정말 힘들었을 것”며 “나 보다 몇 배 고생 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1992년 경찰청 정보국에 근무할 때 남편을 만났다는 김 경정은 일본에 유학을 간 2년을 빼고는 대부분 시간을 서로 떨어져 지냈다. 김 경정은 “신혼여행 갔다 오고서부터 곧바로 남편은 대구로 가고 저는 서울에 남았죠”라며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부부 경찰이라는 영예로움에 감사하며 서로를 격려해 왔어요”라고 웃었다.
1980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김 경정은 서울청 민원실장, 수서경찰서 생활안전과장 등을 거쳐 4년 째 현재 자리인 서울청 여청계장을 맡아왔다.
특히 김 경정은 학교 폭력, 청소년 선도 보호, 성 매매 여성 관련 업무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게 경찰 안팎의 평. 특히 주변에서는 김 경정을 두고 늘 남성 경찰에 버금가는 결단력과 여성으로서의 섬세함을 두루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남편은 다시 서울로 승진한 자신은 지방으로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친정 어머니한테 두 아이(중학교 1학년 딸, 초등학교 5학년 아들)를 맡기고 가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김 경정에게 천상 엄마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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