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장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유동성 공급이 몰고 올 파장으로 세계경제의 신음이 깊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벤 버냉키가 내놓는 대책들이 세계 경제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FRB의 미국 내 금융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해, 유가 상승추세를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중동국가 대다수는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유가가 더욱 오르고, 달러 약세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금과 원자재 등으로 몰리면서 원자재 급등의 광풍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FRB의 유동성 공급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단순한 수준을 넘어, 유가 원자재가 상승을 통해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원자재가 상승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 공포에 빠져 있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알게 모르게 이처럼 FRB의 유동성 공급의 칼날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 공포보다 당장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붕괴되면서 불어 닥칠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대다수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자제하는 이유다. 하지만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는 FRB의 잇단 금리인하를 ‘독배’라고 말하는 등 부작용과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체 기준에 맞춰 움직여 왔던 FRB가 경제 위기 속에서 기준 자체를 잃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과 함께 “일련의 조치로 미루어 버냉키는 월가의 매우 중요하고도 강력한 친구이며, 문제는 FRB가 너무 늦게 대처했고 시장을 안정시킬 충분한 힘이 있는가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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