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의 학생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슬픈 날이었다. 함께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뛰어 놀던 친구의 영결식이 열린 17일 경기 안양 명학초등학교는 학생들의 눈물로 슬픔에 잠겼다.
전교생 9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영결식은 오전 8시52분 이윤형 교장의 추모사로 시작됐다. 교장은 “애타게 기다리던 혜진이가 이제 우리 곁을 영영 떠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며 “어린이들에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의 단짝 친구 조미주(11)양이 추모사를 읽을 때 학교 운동장은 울음 바다가 됐다. 조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달려올 것 같은데, 네가 없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구나”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조양이 “가수가 꿈이었던 혜진아, 하늘나라에서는 맘껏 노래하며 행복하게 지내”라며 마지막 이별을 고할 때는 애써 울음을 참던 교사와 학부형들도 눈물을 쏟았다.
오전 9시30분, 영결식을 마친 이양의 영정은 생전에 공부했던 4학년3반 교실과,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무사 귀환을 바라며 새로 배정했던 5학년3반 교실을 차례로 들렀다. 5학년3반 한 켠 이양의 빈 책상에는 친구들이 갖다 놓은 국화와 편지, 화이트데이 사탕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오전 9시52분, 이양의 영정은 차마 떨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가야 할 먼 길을 향해 교문을 나섰다. 이양의 영정 뒤로는 며칠째 수염을 깎지 못해 초췌해 진 아버지와 눈물마저 마른 어머니 등 가족이 뒤를 따랐다. 학교를 떠난 이 양의 시신은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안양시립 청계공원묘지에 안장됐다.
장례를 마친 이양 부모들은 범인 정모(39)씨를 조사 중인 안양경찰서로 가 경찰에 범인과의 면담을 강력히 요구하다 저지당하기도 했다.
정씨가 조사를 받고 있는 중에도 딸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우예슬(9)양의 부모도 또 한번의 ‘지옥 같은 날’을 보내야 했다. 전날 밤 ‘유력한 용의자가 잡혔다’는 소식에, 한때 오매불망 기다리던 딸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 아침에는 ‘그래도 희망을 갖자’며 마음굳게 먹고 부부가 함께 이양 영결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계가 정오를 넘긴 뒤 정씨가 어딘가에 또다른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등의 불길한 소식만 들려왔다. 최악의 상황을 거부하려는 듯 우양 부모는 이날 오후 다시 대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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