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이 이상윤(46) 전 SK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하자 농구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코리아텐더에서 4강을 이룬 적이 있는 이 감독인 만큼 잘할 것이다.”, “여자농구는 경험이 없는 데다 금호생명이 워낙 약해서 누가 가도 어려울 것이다.” 금호생명은 2006 여름리그와 2007 겨울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꼴찌였다.
주위의 우려를 떨치고 ‘코리아텐더 신화’의 주역 이상윤 감독이 부임 첫 해에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상대전적(3승4패)에서 뒤졌을 뿐, 금호생명은 2위 삼성생명과 승패(22승13패)는 같았다. 금호생명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 지는 바람에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올 시즌 내내 뉴스의 중심에 섰다.
■ 이겨봐야 이길 수 있다
이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이기는 연습에 치중했다. “두 시즌 연속 꼴찌를 하다 보니 지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습경기부터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했죠. 개막 후 3연패를 당했을 때 선수들이 지난 시즌 악몽을 떠올리는 것 같아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이 감독은 금호생명 감독을 맡은 이후 1년 동안 채 20일도 집에서 못 잤다. 지난해 10월 시즌이 시작된 뒤로는 채 5번도 집에 못 들렀다. 이 감독은 16일 구리 숙소에서 나와 용인 집으로 갔다. 요즘 어지간한 사병(士兵)도 1년에 20일은 휴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체육관은 눈 감고도 찾아가는데 집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라며 멋쩍어 했다.
■ 초심을 잃으면 실패
쉬는 날 이 감독은 선수들과 시간을 보낸다. 함께 영화도 보고, 밥도 먹는다. 단, 특정선수를 ‘편애’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늘 단체관람, 회식을 택한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시즌 개막 직전에는 선수들을 모두 용인 집으로 불러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신정자는 “감독님 때문이라도 다른 팀으로 옮길 마음이 안 생긴다”고 했다.
1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이 감독은 앞으로 2주일 정도 휴가를 즐긴 뒤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할 일이 많습니다. 선수들 컨디션 체크해서 개인별 맞춤훈련 스케줄도 짜야 하고, 식스맨들도 2, 3명 더 키워야 하고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초심을 잃지 않을 겁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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